미국 GM이 유상증자에 나선 GM대우의 실권주를 포함한 신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491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GM은 추가 지원도 검토하겠다며 2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산은은 "추가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GM은 자회사인 GM오토모티브홀딩스를 통해 GM대우 실권주를 전량 인수,오는 28일까지 유상증자 대금 4912억원을 납입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GM의 기존 지분율(50.9%)만큼인 2500억원만 투자하리라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21일 마감된 GM대우의 유상증자 때 GM만 뒤늦게 청약했으며 산은,스즈키,상하이자동차 등 다른 주주들은 실권했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GM의 지분율은 50.9%에서 70.1%로 올라가 산은은 각종 결의에 대한 거부권을 상실한다.

마이크 아키몬 GM대우 사장은 "GM의 투자자금은 만기 채무 상환 등 기업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로 GM대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유동성 및 재무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GM 해외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닉 라일리 사장은 "GM대우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GM대우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유동성 문제로 곤란을 겪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 관계자는 "연말까지 선물환 결제를 포함해 GM대우는 자체 유동성으로 꾸려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는 대출금 상환 문제로 GM대우가 다급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산은 관계자는 "GM이 예상보다 두 배가량 많은 돈을 GM대우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GM대우를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GM대우의 사업 부문을 중국 등으로 이전하는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융권에서는 GM이 이번 증자를 통해 산은을 포함,국내 채권단의 도움 없이 GM대우를 꾸려 가겠다는 '위력 시위'를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대출금을 회수하고 파산도 고려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수를 둬 왔다.

박동휘/이심기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