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 새로 가입하는 근로자들은 주식형펀드보다 혼합형펀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합형펀드는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으로,주식형펀드보다 이 펀드 투자가 많다는 것은 고수익보다 원금의 안정성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3일 한국투자증권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기간 2년 이하인 신규 근로자 가운데 60%가 혼합형펀드에 가입했다. 이는 10년 전인 1998년(28%)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전체 401(k)플랜에서 혼합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과 같은 15% 수준을 유지한 반면 주식형펀드 비중은 37%로 전년보다 11%포인트나 줄었다.

이에 대해 현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근로자들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많이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란 젊은 연령에서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용하다가 은퇴 연령이 다가올수록 주식을 줄이는 대신 채권 비중을 높이는 보수적인 투자로 바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게 특징이다.

또 지난 한 해에만 미국 확정기여(DC)형에서 2조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퇴직연금의 위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혼합형펀드 가입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DC형은 기업들이 매년 퇴직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개인별로 운용케 하는 제도다.

현 연구원은 "국내에도 개인연금을 중심으로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출시된 상태"라며 "적립 금액이 많아지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 투자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