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하산씨(38)는 말레이시아 45개 공기업 인력을 관리하는 카자나내셔널이 지난해부터 실험적으로 추진한 카자나 인재교환 프로그램을 연초에 졸업한 뒤 확 달라졌다. 카자나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들이 서로 인재를 교환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것.국내로 치면 삼성전자 직원이 신세계백화점에서 1년간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산씨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최대 통신업체인 셀콤(celcom)으로 복귀하자마자 회사에 '오더북(order book)' 제작을 제안했다. 물품 주문을 기록하는 오더북은 주로 건설사나 제조업체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통신업체는 잘 쓰지 않는 기록서류.인재교환 프로그램을 이수한 그는 통신사에서도 오더북이 필요하다고 설득했고,통신사인 셀콤은 물품주문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보는 그의 관점도 180도 달라졌다. 하산씨는 "이젠 새 프로젝트를 맡으면 '과연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산을 바꾼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카자나내셔널의 인재양성 프로그램 덕분이다. 카자나내셔널은 45개의 공기업을 주주로 하는 '공기업 위의 공기업'이다. 주된 역할은 주주 공기업들의 관리 감독이다. 인재교환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시도한 색다른 제도다.

이 프로그램 지원에 따라 통신사의 마케팅에서 근무했던 하산씨가 건설사 보험사 등을 거느린 대기업 UEM에 감사로 일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며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회계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UEM으로 파견가기 전부터 독학으로 회계학을 공부했다. 메이 쿼 카자나내셔널 인사팀장은 "지원자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힘을 기르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창의성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접하고 부딪칠 때 길러진다는 신념에서다. 실제로 카자나 인재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기 참여자 전원(15명)은 "대만족이다. 색다른 관점을 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은행 메이뱅크에서 12년간 근무했던 아잘 이스마일씨(41)는 팜오일 플랜테이션,부동산,자동차,에너지 및 공공사업,건강관리 등 여러 산업분야에 진출해 있는 사임 다비(Sime Darby)의 위기관리 부서에서 일했다. 그는 "기업의 위기 관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서 금융업과 접합점을 찾을 수 있었다"며 "다른 동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1기생들의 만족도가 높자 카자나내셔널은 올해부터 인원수를 2배(32명)로 늘리기로 했다. 나아가 지원자에 한해 아예 업종을 전환할 기회를 주고,45개 공기업이 신입사원을 공동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