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요와 총공급이 변화하면 경기는 어떻게 될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4) 총수요와 총공급, 그리고 경기변동
시장의 수급을 관찰하기 위해 수요 · 공급 곡선이 필요하듯이 한 나라 경제의 상태를 살펴보려면 총수요 · 총공급 곡선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에 우하향하는 형태의 총수요곡선에 대해 알아봤기 때문에 오늘은 총공급에 대해 공부하고 이 두 곡선이 만들어낸 경제적 사건들을 생각해보자.

공급의 주체는 기업이고,'일정기간 동안 한 나라 안의 모든 기업이 생산하고자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더하면 총공급'이 된다.

따옴표 안의 문장은 어디서 본 듯하다.

이미 배웠던 GDP의 정의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초 단계에서 총공급이 GDP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GDP와 총공급은 사실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즉 과거 경제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인 반면에 총공급은 사전적으로 생산하고자하는 총량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이 만나서 결과적으로 GDP가 결정되는 것이지 GDP 그 자체가 총공급곡선은 아니라는 것이다(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경제정보센터가 펴낸 「경제,이것이 궁금해요」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시장이론에서 배웠듯이 총공급곡선도 공급곡선처럼 우상향하는 형태일까?

답부터 말하면 기본적으로 우상향하지만 아주 긴 시장에 대해서는 수직이라는 것이다(여기서는 단기 총공급곡선을 주로 다루기로 한다).

일반적으로(단기) 총공급곡선은 우상향하는데,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른다면 기업은 생산을 늘린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단기에 당장 기계를 구입하는 등의 자본투자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 노동의 양을 조절해 공급량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기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고용을 늘린다.

이 과정에서 노동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금이 오를 것이다.

그러나 임금계약은 통상 1년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임금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면 노동투입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총공급이 증가한다.

따라서 총공급곡선은 우상향한다(물론 이 설명은 많은 이론 중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 하나의 이론을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동자들은 물가가 올랐음에도 자신들의 임금이 장기계약 때문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회사에 제기할 것이다.

가격이 오르고 생산도 늘었지만 임금을 올려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기업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 상승폭은 아마도 임금이 오르지 않았지만 물가가 올라서 감소한 실질소득을 보충해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은 생산량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줄이게 되고,생산하고자 하는 수량은 처음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이처럼 경제가 변화를 겪다가도 장기적으로 보면 항상 일정한 산출량 수준으로 수렴하는데 이를 자연산출량(natural rate of output)이라고 한다(혹은 이를 잠재산출랑 또는 완전고용 산출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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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그림으로 그려서 살펴보자.

물가가 오르면서 기업의 생산이 늘어 총공급량이 증가하는 것은 화살표A로 나타낼 수 있다.

좌표축에 보이는 물가가 변하기 때문에 총공급량의 증가는 곡선상의 이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시간이 흘러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요구가 반영돼 총공급이 감소하는 것은 화살표B에서 보듯이 곡선 자체의 이동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이미 학기 초반에 배운바 있는 것처럼 좌표축의 가격이 오르면 곡선상에서,그 이외 요인은 곡선자체가 이동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설명한 총공급곡선에 지난 시간에 설명했던 총수요곡선을 함께 그린 후,1930년대 대공황 시절을 떠올려 보자.

1929년 가을까지는 기업의 투자가 많았고,가계의 주택이나 자동차에 대한 지출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낙관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1929년 가을에 주식시장이 무너졌고,투자와 소비지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비슷한 일들이 다른 국가들에서도 발생하면서 미국의 수출마저 감소했다.

심지어 미국의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을 감소시켰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총수요의 감소 (AD1929에서 AD1933)요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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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폭의 총수요 감소는 고용과 생산의 감소로 이어져 대공황을 만들어낸다.

통상 생산이 감소하면서 고용이 감소하게 되면 실업자가 늘고 임금이 떨어져야 한다.

임금이 떨어지면 기업은 다시 고용과 생산을 늘리고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

그런데 5년이 지났는데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던 것이다(케인즈는 이것이 실업이 발생해도 임금이 떨어지지 않아 고용이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해결책이 보인다.

경기가 침체된 원인이 총수요가 감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를 다시 늘려주면 된다.

즉 화살표A로 움직인 총수요를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다.

대공황 시기는 경기가 극도로 좋지 않고 고용 여건도 개선되지 않아 민간은 소비나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민간 대신 부족한 총수요를 늘려주는 정책을 사용한다면 화살표의 역방향으로 움직임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 정부가 총수요를 증가시키려 한다면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시와 같은 불황기에 물가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의 정책과 더불어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이자율이 떨어질 것이다(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총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긴 고통 끝에 경제가 다시 순조로운 항해를 하던 1970년대 또 하나의 고통스런 사건이 찾아온다.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유가 상승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위축시킨다.

이것은 노동투입을 감소시켜 총공급을 줄인다.

총공급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면 두 가지 고통이 함께 따른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섣불리 대응하기도 어렵다.

정부지출이 늘어나거나 통화공급이 증가하면 총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는데,이 경우 생산은 늘어나겠지만 안 그래도 잔뜩 올라있는 물가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기 때문에 섣불리 총수요 확대정책을 사용하기는 어렵다(총공급곡선 좌측이동과 총수요곡선 우측이동을 그려보라).

이처럼 총수요와 총공급의 변화가 만들어낸 경제 상황을 '경기변동' 혹은 '경제변동'이라고 한다.

지금도 다양한 총수요와 총공급의 변화 요인들이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자세히 배우게 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화폐금융정책)이 바로 총수요를 변화시키는 정책이다.

자세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다음에 다시 이어질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