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여전히 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는 선진국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빠른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는 이번 주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을 계기로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대통령 순방 맞춰 동남아 개척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 대통령이 이날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 3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동행한다.

김 행장은 베트남에서 현지 금융기관에 신용공여 한도를 제공하는 전대금융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약정을 체결한 이들 금융기관이 현지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부터 수입하기 위한 자금을 대출해 주게 돼 국내 기업의 베트남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2일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9일 출국했다.

이 행장은 19일 국가브랜드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한국-베트남 우호의 밤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20일 신한베트남은행을 방문해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점검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13일 신한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편입됐으며 다음 달 16일 출범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베트남에서 합작법인인 신한비나은행을 통해 영업하고 있으며 신한베트남은행 설립을 계기로 현지 영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행장은 22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이동해 현지법인인 신한크메르은행을 방문하고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 中.日 시장 공략 가속화
금융업계는 이번 순방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대형 시장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백순 행장은 오는 28일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사장 등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해 이달 말 열리는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출범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다.

SBJ은행은 지난달 중순 아시아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현지법인 형태로 영업을 개시했으며 연내에 예금 700억~1천억엔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국제금융공사(IFC)와 공동으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을 추가 인수해 경영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쑤저우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2010~2011년 중에 베트남 지점 설립을 위해 현지 당국에 승인 신청을 마쳤다.

외환은행은 올해 말까지 중국 현지법인 설립작업을 마치고 내년 초 22억위안(약 3억2천200만달러)의 자본금으로 개업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초 홍콩에서 영업을 개시한 외화은행의 현지법인인 환은아세아재무유한공사(KAF)는 증권업무를 위한 면허를 취득할 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사무소와 베트남 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설립도 신청한 상태이다.

하나은행은 연내 중국 지린(吉林)은행에 3억1천600만달러를 투자해 이 은행 지분 18.44%를 확보하고 내년에는 동북 3성 중심의 중국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에 중국 다롄(大連)에 분행을 추가로 만들고 인도에 있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가 있는 기업은행은 여건이 좋으면 법인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며 한국 진출 기업이 베트남 다음으로 많은 인도네시아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쪽으로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며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지만, 인구도 많아 현지 영업을 추진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 보험업계 "넓은 시장으로 나가자"
보험업계도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규모가 세계 7위 수준으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보다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시장은 옆 나라 중국이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어 사업 기반이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은 다음 달 중국 장쑤성 난징에 2억 위안(391억 원)을 출자해 현지법인을 열 계획이다.

우선 난징 인근에 진출해있는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1천400여 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삼성화재는 지난 2월 중국 칭다오에 중국법인 4호 지점을 열었다.

삼성생명과 중국 국제항공이 합작해 만든 중항삼성은 지난 3월 톈진에 지점을 세웠고 산둥성에도 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베이징에서 자동차보험 영업을 하는 현대해상을 포함해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보험사는 현지법인 4개, 지점 6개, 사무소 11개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중국 외에도 베트남,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남미 등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 4월부터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2005년 하노이에 주재사무소를 연지 3년 3개월 만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에 인도 사무소, 9월에 브라질 사무소를 열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최윤정 최현석 기자 indigo@yna.co.krmerciel@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