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지를 갖고 바이오기업들의 바이오 의약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해당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고시를 앞세워 바이오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바이오시밀러는 1개뿐이라는 게 식약청의 공식 입장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고유명사는 아니지만, 간단히 말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단백질이나 호르몬, 항체의약품 등)을 본떠 만든 복제약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최근에 쓰이고 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비교해 동등한 품질, 효능 그리고 안전성을 지니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해 의약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화두가 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19일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현재까지 식약청의 기준에 들어맞는 바이오시밀러는 1개뿐"이라며 "또 1개의 복제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를 전제로 상담을 진행 중이지만 나머지는 바이오시밀러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이같은 입장은 이미 국내 10여개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임상신청 단계에 진입 중이라고 밝힌 것과 크게 달라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바이오기업 '바이오트라이온'은 유명 관절염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제품명 '`투넥스')를 개발해 식약청에서 임상3상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청이 곧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바이오트라이온의 지분을 인수한 퓨쳐인포넷의 주가가 지난주에만 30% 이상 폭락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트라이온 '투넥스'의 임상3상 허가는 내줬지만, 식약청과 상담을 진행한 임상 계획만으로는 '바이오시밀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바이오트라이온이 바이오시밀러의 전제조건으로 고시돼 있는 '동등생물의약품'에 부합하는 분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트라이온이 제출한 서류는 오지지널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비열등성(효능이 나쁘지 않음)'만 입증하는 것이었을 뿐 생물학적 동등성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업체의 불만도 크다. 식약청의 '동등생물의약품' 고시가 임상3상시험 제출(3월22일) 후인 7월에 만들어진데다, 기존 규정에 맞춰 약효가 뒤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 데이터를 제출했고, 식약청의 규정에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라는 표현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바이오트라이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라는 표현이 법적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닌데도 식약청이 한 회사의 연구성과를 두고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임상허가를 받은 '투넥스'가 신약이 아니라면 일반적 의미의 바이오시밀러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앞서가던 선도업체에 주는 불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업계에서는 식약청이 새로 규정이 고시되기 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던 선발업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적용해야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상허가 관련 컨설팅업체의 진대호 대표는 "결국 '투넥스'는 식약청이 스스로 시판에 근접한 임상3상 허가를 내주고도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모두 아닌 어정쩡한 의약품이 되는 셈"이라며 "관련 규정이 뒤늦게 만들어진 만큼 바이오기업의 개발의지를 꺾지 않는 선에서 식약청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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