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기진단 탁월 …초음파기술 접목 난치병 치료까지

[Science] 진화하는 MRI …인류 건강의 '파수꾼'으로 뜬다
얼마 전 영화배우 장진영씨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하반기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때 위암 초기라는 언론의 발표가 있었던 터라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초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그는 진단 당시 이미 위암말기였다고 알려졌다.

조기진단으로 암을 미리 알아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최근에는 식생활과 생활습관 등의 변화로 인해 질병이 서구화되는 것은 물론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질병은 기존의 '치료'개념에서 '진단'을 중시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조기진단을 통해 질병을 가장 빠른 시점에 예방하고 이에 따른 명확한 치료책을 제시해 뒤늦은 진단 및 오진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질병 관리능력을 증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조기진단의 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으로 미국 Advanced Technology Association의 2007년 보고서에 의하면 조기진료로 인한 유방암 치료비의 차이가 무려 초기진단시 1만~1만5000달러에서 말기진단시 6만~14만5000달러로 상이한 차이를 보이며 조기진단으로 인한 생존율 역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걸리면 사망하기 쉽고 치료도 어려운 암을 조기에 알아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암, 뇌신경질환 등의 진단에 탁월한 MRI

현재 조기진단을 가능케하는 진단영상기기로는 X레이, MRI, CT 등이 널리 쓰이고 있으나,일반인 및 환자 중 각각 기기의 역할이나 해당기기의 특 · 장점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최초로 개발된 지 100년이 넘은 X레이, 1950년대에 개발된 CT도 있지만 MRI(자기공명영상)는 1985년께 개발된 가장 최신장비로 손꼽힌다.

또 타 기기 대비 연골과 근육, 척수, 혈관 속 물질, 뇌조직 등 체내 부드러운 조직(soft tissue)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고 이상유무를 밝히는 데 탁월한 진단영상기기로 각광받고 있어 현존하는 진단기기 중에는 가장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MRI는 세포 조직 내 유방암, 위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다발성경화증 등의 뇌신경계질환 진단에 크게 활약하고 있다.

동시에 환자 몸에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하는 CT나 X레이에 비해 MRI는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하는 메커니즘으로 피폭량 노출에 대한 염려가 없어 안전하다.

특히 어린아이나 병의 특성상 여러 차례 정기적으로 진단기기에 노출되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특히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MRI는 '테슬라'라는 자석의 세기로 흔히 성능을 표시하는데,현재 1.5테슬라가 가장 많이 상용화되어 있으나 기술 발전을 통해 3.0테슬라가 국내외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 리서치의 용도로 7.0테슬라도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MRI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탈바꿈하고 있다.

디지털화를 통한 3D 구현으로 인한 다각도 촬영을 통해 판독의 정확성을 높였고 검사 시간을 단축시켜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포토숍과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리터치, 재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진은 3D를 통해 인체 내 병변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다각도로 촬영, 세밀한 분석을 통해 미세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MRI가 초음파기술과 같은 연관기술과 접목해 단순 진단분야를 넘어 치료의 영역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MRgFUS(자기공명영상유도하 고집적초음파)는 '꿈의 치료법'으로 불리고 있는데 자궁 적출 없이도 자궁근종 치료에 특히 탁월해 개복수술을 망설이거나 자궁 제거를 우려하는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술시 마취가 필요 없어 수술하는 동안 환자와 의사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입원도 필요 없어 수술 후 2시간 내 귀가해 다음날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 국내외 MRI 시장규모 및 발전상

전 세계적으로 MRI 산업의 시장규모는 매년 약 42억~45억달러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연간 8000만~1억달러 규모다. 현재 한국에는 약 800개의 MRI기기가 도입돼 있다.

이는 백만명 인구당 16개꼴로 일본이나 미국에는 뒤처지나 유럽이나 기타 OECD 국가에 뒤지지 않는 보급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MRI제조업계는 3개 글로벌 기업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의 3강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기타 일본이나 중국 등지의 후발기업들이 이들의 뒤를 잇고 있는 실정이다.

MRI를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GE헬스케어와 지멘스 등 글로벌 선두 MRI 기업들은 3.0테슬라의 고사양 장비를 국내외 시장에서 속속 출시하고 있다.

GE헬스케어는 올해 기존장비 대비 해상도를 최대 5배까지 개선시켜 암의 각 전이단계별 판독의 정확성을 높인 Discovery™ MR750 3.0T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해당기기는 유방검진에 필요한 절차를 기존 4~5단계에서 2단계로 대폭 축소시켰고 1회 스캔으로 4가지 영상을 얻어낼 수 있다.

한편 지멘스도 최근 3테슬라의 MAGNETOM Verio를 출시했다.

Verio는 내부 공간을 획기적으로 넓혀 체구가 크거나 폐쇄공포증이 있는 환자들의 진단을 쉽도록 만든 것이 장점이다.

현재 MRI 관련 연구에 대한 연구논문,저널 출간 빈도수,MRI에 대한 새로운 임상활용법의 연구개발 규모 및 그 수준에 있어 한국은 독일,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차병원, 전남대병원 등 국내 유수의 의료연구기관들은 MRI를 활용한 다양한 질병의 진단법에 대한 연구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올해 초 KAIST 바이오 뇌공학과 예종철 교수팀은 미국에서 열린 국제자기공명영상경진대회 '리컨챌린지'에서 최신 기법을 선보이며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 MRI는 2005년 1월1일부터 주요 4대질환(암, 뇌양성종양/내혈관질환, 간질/뇌염증성 질환/치매, 척수손상/척수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2005년 9월1일 이후 중증질환자 등록증을 교부받은 암환자, 뇌혈관 및 심장 질환으로 입원해 수술받은 환자는 MRI 촬영비용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그 외의 질환자는 종합병원(시 지역)은 MRI 촬영비용의 50%, 병원(시 지역)은 40%, 의원은 30%를 환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