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논의 필요.
협상 장기화 가능성


프리츠 헨더슨 GM 회장은 14일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취임 후 처음 만나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헨더슨 회장은 14일 오전 방한해 닉 라일리 해외사업부문 총괄 사장,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눈 뒤 오후 4시50분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를 찾아 민유성 행장 등과 1시간30분 동안 면담을 나눴다.

헨더슨 회장과 민 행장은 양측의 기존 입장만 서로 재확인했으며 심도 있는 협상은 하지 않았다.

헨더슨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듣는 자리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앞으로 GM대우의 미래를 위해 산업은행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날 논의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내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여러 가지 건설적이고, 원칙적인 의견을 나눴고 이날 논의된 사안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면서 "GM측이 우리 요구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전향적인 방안이나, 장기 발전 전략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GM대우가 국가 경제 등에 중요한 만큼 장기 발전 전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협상을 해나가겠다"고 밝혀 양측간 협상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산업은행에서는 민 행장과 한대우 기업금융본부장, 이정열 기업금융2실장이 면담에 참석했다.

헨더슨 회장은 GM대우에 대한 증자 계획을 밝히고 2대 주주인 산은에 증자 참여 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려면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GM은 GM대우에 대한 증자 참여액을 2천500억원보다 확대해야 하며 증자 참여 가격도 선물환 투자로 손실을 입기 전 장부가격인 주당 8천원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산은은 GM측에 ▲GM대우 자체 라이선스 확보 또는 공동 개발 ▲5년 이상의 생산물량 보장 ▲공동 재무책임자(CFO) 참여 등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GM 측이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추가 대출도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GM이 지속적으로 요구 조건을 거부하면 GM대우를 법정관리로 넘겨 출자전환, 감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회수하고 독자 생존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헨더슨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GM대우의 중장기 생존 방안 등을 밝힐 계획이다.

산업은행도 GM측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