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는 탑재한 과학기술위성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4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국산 인공위성을 만들고 러시아의 기술을 도입했지만 우주로 로켓 발사를 시도한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 중 일본,중국,인도,이란 등이 이미 자체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을 감안해 보면 한국의 과학기술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미숙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로호를 발사하면서 한국이 러시아에 지불한 돈은 2억달러에 이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래에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원과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과학기술의 수준을 높여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많은 인재들이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우수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에 흥미를 느끼고 그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의 과학기술자를 키워내야 할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인문계 고등학교들에선 이과생들이 문과생들보다 훨씬 적다.

수적으로 이과 학생이 적은 것뿐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있다.

과거 이과생들이 문과생들의 수를 압도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생긴 게 분명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지금 고등학교 과학교육이 입시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A고등학교 2학년 이모군은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저 수학과 과학이 입시준비하기에 더 어렵고 과학과목에 흥미를 끌 만한 동기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요즘 고등학생들이 문과를 더 많이 지원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과학 수업이 입시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는 과학 과목에서 실험 실습이 사라진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 만한 과학교육을 찾아 볼 수 없다.

서울 B고등학교 2학년 장모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단 한 번도 과학실습이 없었고 교과서 위주의 수업을 해 과학이 지루한 과목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의 C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모군은 "실험은커녕 국영수 위주로 시간표를 배정해 과학과목은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D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군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과학에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이과를 더 선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이 나라의 과학을 이끌어나갈 새싹들이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도 인구도 적은 한국이 미래에 먹고살 길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 C고등학교 물리담당 이모 교사는 "많은 고등학교 과학수업이 입시위주로 흐르고 있고 실험 실습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우수한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제1차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우리가 살 길은 과학기술이다. 실망스러운 것은 젊은이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좀 소홀하고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과학교육은 아직 그대로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고등학교 과학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신원준 생글기자(서울 강동고 2년) leebs6@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