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최모씨(35)는 최근 환매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가입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이 펀드가 지난달 코스피지수 1700 돌파와 함께 소폭의 수익을 냈지만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환매를 미뤘던 것.그러나 주가는 이내 1600대로 내려앉았고 최씨의 펀드는 다시 손실을 내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과 함께 2007년 말 고점을 전후해 가입한 펀드들도 속속 원금을 회복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서 펀드를 환매해야 할지,여러 개의 펀드 중 어떤 펀드부터 환매해야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분할 매수하듯 분할 환매

적절한 환매 시점을 잡는 것은 펀드 투자자들의 영원한 숙제다. 조금만 기다리면 주가가 올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한편 머뭇거리다 주가가 급락해 손실을 볼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잠시 넘어섰다가 급락해 1600선까지 무너지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장세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분할 환매 전략을 권하고 있다. 펀드에 투자할 때 적립식으로 나눠서 매입하듯이 환매할 때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나눠서 팔라는 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펀드를 분할해서 환매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주가가 웬만큼 올랐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10~20%씩 나눠서 환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분할 환매를 하면 적정 수준의 수익을 실현하면서 향후 주가 상승 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설령 주가가 하락해도 이미 일정 부분 환매를 했으므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금융소득이 많은 투자자라면 연도별로 펀드 환매액을 분산시킬 필요도 있다. 펀드 환매로 얻은 수익이 한 해에 집중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환매 시 수수료 주의

펀드 환매를 결심했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겠지만 너무 서두르다보면 중도환매 수수료를 물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립식 펀드는 입금 건별로 따져서 불입한 지 90일이 되기 전에 환매하면 수익의 최대 70%를 중도환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펀드 수익률이 30%라고 해도 실제 투자자가 얻는 수익은 9%밖에 안 된다. 가급적이면 입금 후 90일이 지나서 환매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가입 후 3개월 이내에 큰 수익을 얻고 싶다면 애초에 중도환매 수수료가 없는 펀드를 골라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펀드를 환매할 때는 환매 기준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매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환매 기준 가격이 달라진다. 만약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그날 종가가 기준이 된다. 반면 오후 3시가 넘어서 환매 신청을 하면 다음 날 종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관석 팀장은 "특정일의 주가가 오후 들어서까지 전날에 비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면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환매를 신청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날에는 하루 정도 환매를 미루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손실난 펀드부터 정리

여러 개의 펀드를 갖고 있을 경우 어떤 것부터 환매해야 할지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부터 환매하라고 조언한다. 수익을 낸 펀드와 손실을 낸 펀드가 있을 경우 수익이 난 것을 먼저 환매해 이익을 챙기고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은 수익을 낼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행하라는 것이다. 특히 단시일 내에 손실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펀드는 환매 1순위다.

문용술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속칭 못난이펀드라고 불리는 펀드부터 환매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일본펀드는 일본 경제의 향후 전망을 생각했을 때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우므로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환매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익률이 높은 펀드부터 환매하다보면 결국 손실을 내고 있는 펀드만 수중에 남아 목돈이 장기간 묶이는 결과를 낳기 쉽다"며 "손실을 본 펀드를 환매해 이 돈을 향후 수익이 기대되는 펀드로 옮겨놓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석 팀장은 "어떤 펀드를 먼저 환매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 새로 펀드에 가입한다고 할 때 어떤 펀드를 선택할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했을 때 가입하고 싶지 않은 펀드,즉 장기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펀드가 환매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설정액이 감소하고 있거나 설정액이 10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도 환매 대상이다. 자투리 펀드는 펀드매니저나 운용사가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수익률이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