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오늘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을,16일에는 적십자 실무접촉을 개성공단에서 각각 갖기로 했다. 모두 우리가 제안한 만남으로,북은 하루만에 즉각 동의를 해왔다. 북이 회담제안에 응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어 그 속셈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 회담장에 나오겠다는 것은 일단 주목(注目)해볼 만한 일임이 분명하다.

임진강 회담에 응한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외관계 개선에 나서기 위한 것인지,유엔의 제재 이후 다급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인지 아직 분명치는 않다. 이 문제는 오늘 회담이 예정대로 열려 북의 주장과 반응을 들어보면 가닥이 잡힐 것이다. 다만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의 대외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던 만큼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자세는 올바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명확한 사실은 어떤 수준의 회담이 됐든 북의 진정성이 관건이라는 점이다.

북의 진정성과 신뢰도가 거듭 문제가 되는 것은 대화 복귀와 긴장 조성을 병행하는 이중적 행보 때문이다. 원 총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나온 북의 태도에 협상과 무력시위의 양면 전략이 공존하는 것이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 간 공조를 흔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런저런 의구심을 모두 떨치자면 오늘과 모레 두 차례의 실무급 회담에 북은 진지하고 성의있게 임해야만 한다. 다행히 임진강 수해방지 문제는 수해참사가 발생했을 때 북이 간략하게나마 해명도 했고 효율적인 물관리는 서로 도움이 되는 사안인 만큼 재발방지대책 논의 자체에서 큰 걸림돌은 없어보인다. 적십자 실무접촉도 인도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면 회담진행에 큰 애로는 없을 것이다.

이번 실무급 회담에서 서로 믿을 만한 대화가 오가고 건설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고위급 회담으로 진전될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개성공단의 발전방안을 비롯한 경협문제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궁극적으로 북이 진지한 자세로 6자회담에 조기 복귀하고 핵프로그램을 확실히 포기한다면 어떤 수준의 회담이든,남북이 서로 필요한 어떠한 사안이든 논의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