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 뛴다
[창간 45주년 기업 사회속으로] (3) '사랑의 열매' 가 100개라면 65개는 기업이 키웠다

지체장애 1급인 이평호씨(35)는 4년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바깥 나들이를 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방을 나서기조차 힘들었던 그에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동휠체어를 무상 지원해준 덕분이었다.

이씨가 받은 전동휠체어는 대당 400만원이 넘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고 싶어도 재원이 모자랐다. 이 사실을 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4년부터 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LG SK 포스코 등 16개 기업과 함께 전동휠체어 지원사업에 동참했다. 그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5년에는 지원사업 초기인 2002년 대비 20배가 넘는 2365대의 전동휠체어를 장애인들에게 보급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젖줄'은 기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는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국내 최대 모금기관이다. 1998년 정부 특별법(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단체이기도 하다. 매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해 소외계층에 지원한다. 한 해 평균 1만여개의 사회복지기관과 단체,400만명의 개인이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는다.

이 단체가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동력은 '기업'이다. 지난해 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2703억원.이 중 51%인 1380억원을 기업이 기부했다. 현물,공익과 연계한 마케팅 등의 형태로 기부한 것까지 합치면 65.3%(1765억원)에 육박한다.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기업만 3만1300곳에 이른다.

2001년 이후의 누적 기부액을 그룹별로 보면 삼성이 14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SK 600억원 △현대 · 기아차 591억원 △LG 570억원 △국민은행 530억원 △포스코 456억원 △두산 127억원 △현대중공업 90억원 등이다. 기업들이 무턱대고 돈만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관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토록 하는 '지정기탁'을 선호한다. 기업 자체의 사회봉사단 등을 활용해 공동모금회와 함께 사회공헌 사업을 펼친다.

삼성의 지정기탁 사업인 '찾아가는 이동복지관'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2004년부터 공동모금회와 함께 보일러,난방기,특수 욕조 등의 시설을 갖춘 이동목욕차를 끌고 중증 장애나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 및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이마루'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에는 공동모금회도 사회공헌 활동의 주요 매개체인 셈이다.

◆'착한 소비'를 통한 기부도 활발

생수업계 1위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를 비롯해 진로 참이슬,국민카드,훼미리마트 삼각김밥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라벨에 3개의 빨간 열매(사랑의 열매)가 그려진 로고가 들어 있는 것.상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의 '공익 연계 마케팅'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공동모금회는 기업과 손잡고 2007년부터 공익 연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 구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눔 활동에 참여한다. 공동모금회와 기업,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른바 '착한 소비'를 통한 기부 방식이다. 그동안 공익 연계 마케팅을 통한 모금액은 13억원가량.참여 기업이 늘면서 모금액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효진 공동모금회 홍보실장은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고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기업들로선 새로운 사회공헌 마케팅으로 활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인 기부도 증가 추세

공동모금회가 펼치는 사업은 다양하다. 보육시설 건립,저소득 가정 생계비 지원,소아암 및 백혈병 어린이 의료 지원,다문화 가정 및 북한 이탈 주민들을 위한 직업체험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소외계층에 제공하는 재능 기부 활동도 펼친다.

공동모금회가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기업 외에도 기업인 개인의 기부도 바탕이 되고 있다. 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은 11명.이 중 청소년 축구대표 감독인 홍명보씨를 제외한 10명이 기업인이다. 최대 기부자는 최신원 SKC 회장.2003년 이후 총 6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최 회장은 처음 5년간 '을지로 최'라는 익명으로 기부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 남한봉 유닉스 코리아 대표,류시문 한맥도시개발 회장,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박순호 세정그룹 회장,박조신 아름방송 회장,유재혁 경북타일 대표,원영식 아시아기업구조조정 회장,이우종 쉥커코리아 회장,정석태 진성토건 회장 등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이거나 어려운 유년시절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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