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20여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마이더스의 손' 유명만 교수.

'지식 산부인과' 의사를 꿈꾸는 그가 새 책 'How?물고기 날다'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푸근한 첫 인상의 유교수는 소개를 부탁하자 "저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입니다. 자기소개를 할때 '들이대학교 저질러학과 뒷수습전공'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저는 과감히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모 통신사의 '생각대로 하면 되고' 카피는 오래전부터 제 생활 신조였습니다. 안되면 다시 하면 되고, 저질렀으면 뒷수습하면 되고, 돈 없으면 벌면 되죠. 전 공고 출신이라 교수가 아니라면 '땜질'로 먹고 살면됩니다"라며 넉살좋게 웃어보였다.

● '공고 출신', '지식산부인과'를 꿈꾸다

유영만 교수는 '공고출신 교수'다. 유교수에게 특이한 이력을 만들어준 일등 공신은 다름아닌 '사법고시 합격 수기집'.

졸업 후 직장에서 '시간보내기'식의 생활을 해오던 유 교수는 어느날 서점에서 '사법고시 합격 수기집'을 우연히 보고 대학에 가기로 결심, 일년만에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교수님의 도움으로 유학길에 올라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교육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후 기업체에서 5년간 근무한 뒤 지방대학에서 교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유 교수는 "실무현장에서 느낀 것은 '박사의 박은 얇을 박(簿)자라는 것과 석사의 석은 돌석(石)자'라는 거죠"라며 "학문은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해요. 통합적 안목을 필요로 하는 경영자는 경영학자가 쓴 책을 보지 않아요. 그 안목은 경험에서만 느낄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교수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지식생태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그의 꿈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식 생태학자'는 지식과 생태학자, 이 두 가지를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을 말해요. 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요즘 준비중인 두 번째 타이틀은 '지식 산부인과'입니다. '좋은 지식을 잉태시키고 잘 키워서 분만시키는 일'을 뜻하죠. 잘못된 지식들은 유산 시키기도 하고…. '지식 산부인과'라는 단어 자체도 특이하고 재미있지 않나요?"라고 설명했다.

● 긍정적인 삶과 비전, 그의 새 책은?

유 교수는 '지식 생태학자'답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있다. 또 자신의 관심분야를 저술활동으로 연결시켜 50여권의 저서와 역서를 발간, 그 중 20여권을 베스트셀러로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54번째 책을 발간했어요. 54권의 책들은 모두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자기발전서적도 있고 개론서도 있고…. 하지만 공통된 코드가 있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학습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거죠."

유 교수의 책 중 가장 큰 이슈를 일으켰던 것은 10년 전 번역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스티븐 C. 런딘 지음, 유영만 옮김)이다.

유 교수는 10년 전 미국 학회에 들렀다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됐고, 국내로 직접 들여와 큰 관심을 끌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그 책을 단체로 구매해서 읽었고, 교육시스템이 연이어 도입됐을 정도다.

"34평의 작은 어시장이 폐업 직전 긍정의 힘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된 스토리는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에요. 이 책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한국 기업들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 교수가 이번에 번역한 'HOW? 물고기 날다' (존 요코하마, 죠셉 미첼리 지음, 유영만 옮김, 한국경제신문)는 '펄떡이는 물고기처럼'과 동일한 소재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이야기다. 하지만 10년전 책과는 다르게 어시장의 사장 존 요코하마가 직접 저술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유 교수는 "이 책은 경영 성공서이자 한 인간의 성공스토리"라고 자신있게 소개했다.

이 책은 존 요코하마가 폐업직전의 어시장을 일으킨 '비결'을 담고 있다. 존 요코하마는 어시장을 일으키기 전에 가장 먼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직원들에게 가슴벅찬 비전을 심어줬다. 그 결과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은 현재까지 세계적인 어시장이자 관광명소로 꼽히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는 '꿈의 일터'로 불린다.

유 교수는 "저는 이 책을 기업의 CEO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요. 한 리더가 조직을 망하게 할 수도 있고 부흥시킬수도 있죠.

아침 출근시간이 즐거운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 이유는 일터를 자신의 일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출근길을 설레게 만드는 것은 리더들의 역할입니다.

요즘 '잼터'라는 말이 유행하듯 조직원들이 회사를 재미있고 설레는 장소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경영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유교수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변화시킨 '비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2015년 목표는 매출 15억'이라는 기업의 비전은 직원들에게 '슬플 비(悲)'를 사용한 비전이 되죠. 그 비전은 사장만이 원하는 것일 뿐 어떤 직원도 공감하지 않죠. 진심으로 사원들의 마음을 울릴수 있는 비전이 필요해요. 그런 비전을 위해선 사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원동력을 심어주는 게 바로 비전입니다. 일류는 한계선을 긋지 않아요.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남들이 안된다고 포기하는 한계에 도전해야하죠"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에 더 많은 솔방울이 달려

유 교수는 자신만의 비전이 확실한 사람이다. '지식산부인과'의 꿈을 안고 있는 그는 연구실로 가는 출근길이 항상 즐겁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빨리 연구실로 가서 내 책들을 보고 싶어요. 책은 저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알아갈수록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유교수는 "소나무는 위기를 직감할 때 솔방울을 만들죠. 그래서 양지바른 땅에서 자라는 솔방울보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에 솔방울이 더 많이 달려요.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본능에 의한 것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역전과 반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만 버리지 않는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절망을 뒤집으면 희망이 오죠. 까만 밤일수록 별이 빛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전했다.

뉴스팀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사진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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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가슴뛰는 飛展'이 파산직전 생선가게를 살렸다

HOW? 물고기 날다|존 요코하마·조셉 미첼리 지음|유영만 옮김|한경BP|243쪽|1만2800원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선가게를 만들자고? 우리가… 어떻게?"

미국 시애틀 어시장 모퉁이의 34평짜리 생선가게.누군가 크큭 웃었다. 그것은 황당하기까지 한 꿈이었다. 처음에는 냉소적이던 직원들이 토론 과정에서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찬반 양론이 갈리며 논쟁이 치열해졌고 마침내 그들은 뜨거워졌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실질 경영자인 존 요코하마는 전혀 뜻밖의 장면에 놀랐다. 직원들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은 하지 않았어도 모두들 가슴 속에 성공의 열망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들은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게가 됐고 지금은 미국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소매점으로 거듭났으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전 세계의 경영자들도 이곳을 찾아 성공 노하우를 배워간다.

이들이 바로 10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주인공이다. 그 주역인 요코하마와 핵심 컨설턴트인 조셉 미첼리가 파산 직전의 생선가게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을 신간 《HOW? 물고기 날다》에서 생생하게 털어놨다.

성공 비결의 첫번째 덕목은 '비전'이다. "가슴 뛰는 비전이 있는가? 내가 꿈꾸는 목적지까지 함께 가는 동반자가 있는가?"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이 "미래는 리더가 행동하는 만큼 열린다"고 말했듯이 이들은 단순히 생선을 팔아 수익을 남기기보다 세계적인 명성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만들자는 비전을 공유하며 삶의 보람과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성의 어시장을 만들려면 직원들에게 가슴 뛰는 비전부터 심어줘야 했다. 조직의 비전이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공허한 슬로건으로 끝난다. '비전은 듣는 순간 3초 이내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입술이 깨물어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와야 한다. 이런 비전이야말로 회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飛展)'이다. '

사람들은 비전에 담겨진 숫자가 아니라 숫자에 담겨진 의미에 감동받는다고 한다. 예컨대 '2015년 매출 15조 달성'이라는 비전을 듣는 순간 '야근해야 되겠네,피곤하네.휴일에도 출근해야 되나' 등의 자조 섞인 말을 하게 되면 금방 가슴이 답답해지는 '비전(非典)'이나 마음이 슬퍼지는 '비전(悲典)'으로 격하된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스스로 몰입하게 돼야 진짜 비전인 것이다. 그야말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새겨야 하고 혼자 꾸는 헛된 꿈이 아니라 함께 꾸는 가능성의 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펄떡이는 물고기' 수준을 넘어 '하늘을 나는 물고기'로 변신한 파이크 플레이스 인간 승리의 핵심 요소다. 이들이 작은 가게나 중소기업,대기업의 독립법인 사장과 팀장들에게 가르쳐주는 경영의 본질 또한 명쾌하다. 변화와 혁신,도전과 용기로 '비전의 지렛대'를 받쳐올릴 때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펄떡이는' 단계를 넘어 '하늘을 나는' 차원까지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잊지 말라."생선은 머리부터 상한다"는 말처럼 비전이 없는 조직은 썩은 생선과 다름없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