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촛불시위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권까지 추락했던 MB정부의 지지율이 호전되면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 등으로 여야의 날카로운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MB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는 국정운영의 성패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던 정부 · 여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떨어졌던 것은 정책의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MB정부가 거대여당의 지원 속에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야당의 집중적 견제가 과거 독재의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던 국민의 경계심을 크게 자극했던 것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MB정부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정책기조도 그렇고,최근 개각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변화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검찰개혁은 이런 맥락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때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서,정권의 요구에 따른 표적수사 · 기획수사 등으로 악명을 높였고,민주화 이후 이러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검찰수사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검찰총장 임기제,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제도 도입 등)도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도 검찰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불식되지는 못하고 있기에 특검제도 등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최근 김준규 신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에서 검찰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이 나온 것은 이러한 상황을 검찰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최근 검찰의 중견 간부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물의를 빚는가 하면,야당 대표들이 모여서 국회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키로 하는 등 주변 여건 또한 검찰개혁의 불가피성을 방증하고 있다.

과거 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장관과의 갈등으로 임기 중에 사표를 썼던 것에서 확인되듯이,검찰조직이 정부 · 여당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른다 해도,사법부와 같은 조직 · 기능상의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검찰 스스로도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 또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소탐대실을 피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검찰개혁은 검찰 혼자만의 힘으론 풀기 어렵게 돼 있다는 게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다. 제도적 장치보다 검찰에 개입하는 다른 '힘'들이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이유이다. 더구나 지금 검찰개혁은 MB정부의 정책변화 내지 국정운영의 새로운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단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MB정부의 집권 중반기 전체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그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변화의 양보다는 변화를 위한 진지한 의도와 의지가 국민에게 전달되고,그러한 노력이 계속될 것임을 신뢰하게 만들 수 있다면,검찰개혁의 성공은 물론 MB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 또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