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류 역사에서 미혼자가 '사람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근세에 와서다. 고대 로마에선 일정 연령 이상의 미혼자는 별도의 세금을 내야 했고 고위직에 오르는데도 불이익을 당했다. 고대 이스라엘에선 미혼으로 살며 생명을 만들지 않는 것을 살인과 같은 중죄로 여겼다. 인구를 늘려 국가 노동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책임을 물었던 셈이다. 18세기 맬서스가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는다'는 인구론을 발표한 이후에야 독신에 대한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장 클로드 볼로뉴 '독신의 수난사')

경제적으로 볼 때 결혼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설(說)도 있다. 미국 럿거스대 포페노 교수는 결혼 자체가 부를 창출한다고 봤다. 남녀가 각각 독신으로 사는 것보다 부부로 합치면 생활비가 덜 드는데다 가사를 분담해 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란 논리다. 다트머스대 플라워 교수는 결혼의 경제적 가치를 한 해 10만달러로 추산했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이 결혼한 사람만큼 행복을 느끼려면 10만달러씩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기혼자는 독신자보다 수명이 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런데도 출산 연령대에 결혼하지 않는 미혼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의 '한국 출산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5년 동안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은 39.7%에서 59.1%로,30~34세 여성은 10.5%에서 19.0%로 각각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산 육아에 교육까지 떠안아야 하는 결혼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성취를 선택하는 '골드미스'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초 · 중 ·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답이 여학생 10.4%, 남학생 22.8%에 불과했다. 여학생의 9.8%, 남학생의 5.8%는 아예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니 출산율은 더 줄어들 게 뻔하다.

옛날에는 독신자를 중죄로 다스렸다지만 요즘엔 이런저런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소액의 장려금 지급이나 주택청약가산점 부여 등의 유인책으로 출산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도저도 안되면 결혼과 출산을 의무화하는 '출산촉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