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한국 경제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단기외채와 줄어드는 외환보유액,외신들의 잇단 부정적 보도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악재가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9월,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 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란 비관론을 대신해 -1~0%대 성장을 점치는 낙관론이 자리잡았으며 내년에도 고속 성장을 점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1% 이상 성장 전망

지난 1년간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극과 극을 달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5%로 봤다가 연말께 3%로 낮췄다. 이어 지난 2월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동반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IMF는 지난 2월 수정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종전 2%에서 -4%로 무려 6%포인트나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2%에서 0.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진단을 내린 것이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비관론을 폈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이후 급변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2.6%로 당초 정부 전망(1.7%)을 크게 웃돌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지난 6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에서 -1.5%로 상향조정했으며 최근엔 0%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2.3%로 잡았던 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0.7%로 상향 조정했다. IMF 역시 -4.0%(4월)로 봤던 한국 경제 성장률을 7월(-3.0%)과 8월(-1.8%),9월(-1.0%) 잇따라 높였다.

◆내년엔 더 좋다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년 고속성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올해 -1.5% 성장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실상 'V'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이에 동조한다. KDI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종전 3.7%에서 4.2%로 높여 잡았으며 삼성경제연구소(3.9%),현대경제연구원(3.9%),LG경제연구원(4.2%) 등도 4% 안팎의 고(高)성장을 전망했다. 해외의 시각도 우호적이다.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5%에서 3.6%로 올렸다. 이 같은 성장률은 IMF가 조사한 33개 선진국 가운데 싱가포르(4.1%),대만(3.7%),슬로바키아(3.7%)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OECD도 내년 우리 경제가 3.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확장적 거시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고 여기에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성장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리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란 데 대해 국내 · 외의 이견은 없지만 언제까지 고속성장을 이어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투자와 내수 등 민간부문의 회생력이 아직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윤 장관도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U'와 'V'자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일정 수준을 회복한 상태에서 옆으로 쭉 이어지는 루트기호형(√)이나 '나이키 커브'형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