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재의 연 2.00%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 금리는 지난 3월 이후 8개월 연속 동결됐다. 한은의 기준 금리 동결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나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투명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금통위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최근 국내경기는 세계경제 상황 호전 등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소비가 전년 수준을 계속 상회하는 등 개선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계기로 우리도 출구 전략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사실 지금의 경제 여건은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는 벗어났지만 고용과 투자가 전혀 개선되지 않는 등 실물경제는 냉기(冷氣)가 여전하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너무 더딘 점도 부담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제가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 재정지출 확대의 약효가 떨어지면 더블딥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환율이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 크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 · 달러 마감 시세는 달러당 1164원50전이다. 연초에 비해 원화가치가 12%가량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5%,엔화는 2% 정도 절상됐고 위안화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가 가팔라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경제회복세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환율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더구나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여서 우려를 한층 깊게 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 · 통화 정책은 앞으로도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은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그런 취지일 것이다. 특히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만 먼저 서두를 이유가 없다.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결국 국제경쟁력 약화로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의 시기와 내용 등은 G20 국가들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행히 급등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