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18조원 넘게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환율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쓴 돈이 은행으로 흘러든 데다 주가 상승으로 펀드 손실을 만회한 개인들이 주식투자 자금을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대거 이동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7일 지난 9월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은 4조6000억원,저축성예금은 13조5000억원 늘어 총예금이 18조1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은행 예금 증가액이 14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두 달 새 은행에 몰려든 돈은 33조원에 이른다.

은행에 자금이 몰린 지난달 자산운용업계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는 16조3000억원이 빠져 나갔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자금,나머지 절반 정도는 법인 자금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와 올 3월 초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팔고 사들인 원화를 MMF로 운용해 왔는데 지난달 중순 이후 대거 인출했다"며 "규모는 7조~8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렇게 인출한 자금 중 상당액을 최근의 환율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데 사용했고 달러를 판 수출기업과 외국계는 이 돈을 은행 예금에 집어넣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MF에서 빠져 나간 나머지 7조~8조원은 대부분 법인 자금으로 최근 금리 상승으로 MMF의 매력이 떨어지자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식형 펀드에서도 2조8000억원이 빠져 나가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7월에는 1조1000억원,8월엔 1조9000억원 감소했는데 9월에 규모가 더 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반등하자 개인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환매해 은행으로 이동시켰다"고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은행들이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8월과 9월 금리를 높여 예금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로 보인다"며 "여기에 주식시장 분위기가 다시 안 좋아져 은행에다 자금을 맡기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2월쯤이면 은행의 고금리 수신 재예치 작업이 마무리돼 자금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장경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