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미국서 싱글 내고 데뷔


가수 휘성(본명 최휘성ㆍ27)은 그동안 이야기를 나눌 때면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강한 고집과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상실감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8일 발매할 6집 '보콜릿(Vocolate)', 미국 유명 프로듀서인 '다크차일드' 로드니 저킨스(Rodney 'Darkchild' Jerkins)와 손잡고 준비 중인 미국 진출 등 쉴새없이 털어놓는 얘기에서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난 대중가요로 예술하는 사람"

6집은 유명 작곡가인 박근태와 결별 후 처음 내는 음반. 5집과 미니음반 성적이 저조했던 탓일까.

그는 "직접 프로듀서를 맡은 6집에서 완벽주의의 끝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의 음반이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미지근한 음반이 된데 화가 났어요. 이때 가수를 그만두고 프로듀서로 전향하려고 마음먹었죠. 더 이상 가수로서 욕심이 없었고, 그만두지 않으면 충동적이고 위험한 선택을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낸 디지털 싱글 '인섬니아(Insomnia)'가 터지면서 새로운 기회들이 생겼고 상황이 급변했죠."

그는 무엇보다 팬들이 마음에 걸렸고,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게 싫었으며,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 마음 아파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시작한 6집 작업은 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뤄졌다.

휘성이 4곡을 작곡하고 10곡을 작사했으며, 듀스 출신 이현도와 외국 작곡가들도 참여했다.

R&B 대표주자로 불리는 그이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에 최적화한 곡을 담는 데 주력했다.

휘성이 자작한 타이틀곡 '주르륵'은 굳이 꼽자면 히트곡 '안되나요'의 연장선에 있지만, 극적으로 파고드는 드라마틱한 전개, '주르륵'이라는 감각적인 노랫말이 돋보여 달리 들린다.

"R&B 가수로 포장됐지만, 장르 구분은 가슴보다 머리로 듣는 것이니 의미없어요. 6집 수록곡 중 소프트 록 사운드의 '타임머신', 일렉트로닉한 '쇼 미 걸(Show Me Girl)', 아이돌 노래 같은 '원 키스(One Kiss)', 드럼을 뺀 '사랑해' 같은 곡은 처음 시도죠. '걸스(Girls)'에서는 보코더(음성을 전기적으로 분석ㆍ합성하는 장치)도 처음 써봤어요."

그는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서의 자질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가수와 대중의 입장에서 설 수 있는 이중인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대중가요일 뿐 스스로를 예술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음반 제목이 '보컬'에 '초콜릿'을 결합한 '보콜릿'인 이유도 흥미롭다.

"초콜릿은 건전하면서도 에로틱한 느낌을 주는 예술과 밀접한 먹을거리죠.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주는 행위가 마음의 표현이듯 초콜릿에는 낭만과 감성이 담겼죠. 여기에 목소리라는 단어를 접목한 것은 제 음색을 감성적이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뜻이에요. 또 보콜릿은 앞으로 제가 만들 R&B 그룹명이기도 하고요."


◇"美에 코리안 프라이드 떨치고파"

휘성의 미국 진출 소식은 조용히, 빨리 진행됐던 터라 다소 의외였다.

6월 작곡가 김형석씨의 제안으로 미국 로드니 저킨스 측과 연락이 닿았고 7-8월 유니버설뮤직과 음반 유통 및 투자 계약을 하면서 일사천리로 준비됐다.

내년 초 2-3곡이 담긴 싱글 발매를 목표로 3곡의 녹음은 마친 상태다.

"미국 측에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공연 자료를 넘겼어요. 7월 디즈니홀 공연과 6집 녹음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갔죠. 디즈니홀 공연에 저킨스 프로모터가 왔는데 '안되나요'와 같은 발라드를 듣더니 저를 '슈퍼스타'라고 부르더군요."

이후 휘성은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가 될 저킨스를 처음 만났고, 이때 시스코의 '인컴플리트(Incomplete)'를 불렀다.

"이 곡을 부르자 저킨스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영어를 못한다더니 발음이 좋다', '흑인같다'고 칭찬해주더군요. 저킨스의 수석 작곡가인 타미 파커, 타미 브라운 형제가 곡을 써줬는데 이때 한곡, 9월 다시 건너가 두곡의 녹음을 마쳤죠."

이중 한곡은 미국 R&B 스타 니요의 자작곡으로 당초 생전의 마이클 잭슨이 부를 노래였으나 니요와 휘성이 듀엣을 하게 됐다.

"타미 파커도 흑인같다고 목소리를 칭찬해줬어요. '몬스터'라고 불러 쑥스러웠죠. 녹음 엔지니어들도 두 손을 추켜올려 마치 날개를 단 기분이었어요. 제 목소리가 무척 다양한데, 미국 녹음을 하며 제 목소리를 알게 됐죠. 이제는 톤을 정리해서 같은 창법으로 가려고요."

그는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했는데, 팝의 본고장 유명 프로듀서들로부터 인정을 받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목표가 있는 지 물었다.

"제가 미국 스태프와 작업하며 이런 얘기를 했죠.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한국에는 나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1천만 명 있다. 브라운 아이즈 계열에서는 한국이 최고'라고요. 그랬더니 유튜브에서 찾아보겠다더군요. 미국에서 '코리안 프라이드'를 떨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