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키우는 엄마는 빨리 늙고, 아들 셋 키우는 엄마는 조폭이 된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애 키우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어느 주부는 육아를 '하루 18시간을 악마에게 시달렸다가 6시간 천사의 노래를 듣는 일'이라고 한다. 아이가 자는 6시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어린이를 천사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집에서 난투를 벌이고, 공공장소에선 뜀박질에 고성방가, 백화점에선 장난감 사달라고 바닥에 누워버리니, 우리 애만 아니면 모른 척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악동들을 보면 '어린 아이의 마음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예수님 말씀에 의문이 간다. 도대체 아이의 어떤 마음을 배우라는 말씀인지.

얼마 전 지인과 약속을 하게 됐다. 그에겐 한 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한 번에 꼭 두세 사람과 약속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니 일처리가 빠르다고 자랑했지만, 정작 약속에 나오는 사람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 사람과 조용히 대화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있으니 편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

약속만 복잡하게 잡는 게 아니다. 인생도 복잡하게 살아서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다음 약속부터 생각했다. 인사말이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저 몇 시까지 어디에 가봐야 합니다."였다. 그날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잠깐 왔다기에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같이 목욕을 하다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후다닥 나가는 바람에 선물도 주지 못했다. 자기 복을 스스로 날려 버린 셈이다.

그러면서 늘 하는 말이 "저는 왜 그렇게 복이 없을까요?"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해박한 지식에 아는 사람도 많지만, 주위에 사람만 많고 진정한 친구가 없어 필요할 땐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무가 크게 자라려면 쓸데없는 가지를 쳐야 합니다. 중간 관리직은 아는 사람이 많으면 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는 안티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는 인맥이 좋아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필요 없는 가지를 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날이 없다고, 그쪽 동네에는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다 나무까지 자라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처방을 내렸다. "아이처럼 단순하고 천진해지세요." 예수님이 말씀한 어린 아이의 마음, 즉 '까르마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 천국의 열쇠를 잡을 수 있다.

천재과학자 중에는 아이처럼 바보 같은 사람이 많다. 뉴턴은 연구실에서 계란 대신 회중시계를 넣고 삶았고, 동료학자가 찾아와 와인을 마시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실례도 저질렀다. 에디슨은 도끼로 가죽 끈을 자르려다 손가락을 잘랐고, 아인슈타인은 대학 내에서 길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린아이 같이 단순해야 세상을 잘 살 수 있다. 까르마[업]에 휘둘리지 않고 노림수가 없는 단순한 생각이 바로 하늘의 생각이다. 인생이 복잡하게 느껴질 때, 나무에 가지가 많지 않은지 한 번 둘러보자. 큰 힘은 단순함에서 오듯, 가지치기를 잘 한 나무가 큰 나무가 된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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