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채 나는 헤어 스타일,동그란 뿔테 안경,턱수염,블랙 의상….'

이상봉씨는 누구나 단번에 기억할 만큼 개성 넘치는 외모의 스타 디자이너다. 서울예술대 방송연예과를 나와,1983년 중앙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입상하면서 데뷔한 이래 26년이 흐른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 파리 전시회 출품으로 해외에 '이상봉'이란 이름을 처음 알렸고 파리 컬렉션에는 2002년 진출 이후 올해 16번째를 맞이했다. 그가 국내외에서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2005년 한글을 입힌 패션을 파리 패션쇼에 소개하면서부터.'세계에서 통하는 디자인은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부터 나온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에서 출발했다. 이후 소나무 · 매화 · 한복 등 다양한 한국적 모티브를 활용한 디자인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원피스 한 벌이 300만~400만원에 이르지만 프랑스 · 쿠웨이트 · 두바이 · 러시아 등 20여개국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린다.

스페인의 한 출판사가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디자이너 60여명의 이야기를 담은 아트북 '아틀라스 오브 패션 디자이너스'를 출간했을 때 한국 출신으로는 그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랑방'의 앨버 알바즈와 마틴 마르지엘라,알렉산더 왕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 유명 스타들이 그의 옷을 입어 화제를 모았다. 파격적인 스타일의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와 캐나다 출신 뮤지션 피치스가 그의 옷을 입고 월드투어 무대에 섰다.

의상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로서 1년 365일이 모자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패션뿐 아니라 벽지 · 다이어리 · 그릇 · 담배 · 휴대폰 등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이상봉 스타일'을 대중들과 공유한다. 'LG 샤인폰 이상봉 에디션',행남자기의 그릇세트,프랭클린 다이어리 커버,금호건설 아파트 벽지 등이 바로 그것.또 브랜드 '이상봉' 외에도 란제리'본디엘',침구 '이상봉 메종' 등도 선보였다.

디자이너로서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갖고 살자'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20여년 전 만든 명함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한다. 그는 실제 나이를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언젠가는 이세이 미야케,이브 생 로랑처럼 훌륭한 후계자에게 바통을 전한 후 멋지게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