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통계를 보면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감소율이 처음으로 10% 이내로 줄었고, 수입감소율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수출입이 급감(急減)하는 이른바 '불황형 무역구조'가 거의 끝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28일 민관합동 수출입점검회의에서 지경부는 4분기에는 국내외 경기회복으로 수출입이 증가세로 반전하고, 연간 무역흑자는 사상 최고치인 400억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수출에서 선전한 것은 분명하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위에서 9위로 3계단이나 상승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환율효과에다 수출금융의 과감한 확대, 공세적 해외 마케팅 등 정부와 기업의 위기대응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세계경기가 회복되면 수출입 규모도 확대되겠지만 더 이상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유가상승이 가세할 경우 지금 같은 무역흑자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 '호황형 적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질서가 달라질 것이란 점도 변수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들고 나온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역불균형을 해소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면 보호주의적 수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해외투자와 수출의 연관성을 높이는 등 종래와 다른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미국경제 회복이 더딜 경우 중국이 상당기간 내수 비중을 키워나가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경쟁측면만 볼 게 아니라 중국의 내수를 수출로 연결시키는 등 동북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전략이 강구돼야 한다. 동북아에서 종래와는 다른 분업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맞춰 무역 패러다임을 다시 짜는 노력을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