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사장들을 만나면 오래 얘기를 못해요. 야단친다고 생각하는지 인상도 구겨지고요. 다 안다는 표정이에요. 경영은 뭐 같이 하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을 끝으로 은퇴한 한 원로가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해준 말이다. 요지는 "블루오션이건 빅싱크건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부터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가 그렇다. 블루오션전략이 한경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지 벌써 6년째. 닌텐도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과 세계 각지의 벤처기업가들이 그 사이 세상을 뒤바꾼 블루오션을 개척해왔지만 국내에는 오히려 '경영은 역시 말장난'이란 회의론만 남긴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더군다나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블루오션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블루오션은 개척자를 기다리며 거기에 살아있다. 경기회복기를 맞아 내년을 준비하는 이 때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세상에 큰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해야 옳다.

블루오션은 쉽게 말하면 업종 개척의 역사다. 시장의 변화가 있으면 그 변화는 큰 수요를 형성한다. 그 수요를 먼저 읽어 꼭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전략이다. 주위를 보라.

예를 들면 '중장년'이라는 거대 집단이 있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격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의 생활에서 변화를 읽어내고 그 변화 속에서 팔 물건을 찾아내야 한다.

인구의 중심이 중장년이 되면 달라질 것이 너무 많다. 상품가격을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잘나가는 중장년은 가격보다는 가치를 찾을 것이고, 고생하는 중장년은 아주 싼 물건을 사려고 할 것이다. 지금 팔고 있는 건 이도 저도 아닌 평균 가격 아닌가.

패션은 어떻게 봐야 할까. 서구처럼 원색 옷을 즐겨입는 로맨스그레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집은 또 어떤 트렌드를 타게 될까. 더 이상 자식들이 잘 찾지도 않고, 자주 온다고 해도 자고 가지는 않는 이 시대에 과연 평수만 넓은 집을 이들은 계속 고집할까. 이들을 위한 휴대폰도 계속 모델명을 바꿔가며 디자인 중심이어야 할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원초적인 통화기능뿐인 것 아닌가. 이런 질문들이 모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20대를 위한 광고만 생각하는 회사라면 고객리스트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

중장년뿐만 아니다. '여성'도 새로운 블루오션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대한 집단이다. 여성의 구매력이 남성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져 남자가 사는 것은 이제 골프채와 게임기밖에 없다는 조사 결과도 이미 나왔다. 미국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실험. 특정 브랜드의 바지를 사라는 미션을 수행하러 백화점에 남녀가 따로 갔다. 남자는 그 매장에 바로 들러 6분을 머물고 33달러어치를 샀다. 여자는 다른 매장을 다 둘러보느라 3시간26분을 머물렀고, 쇼핑금액도 876달러나 됐다. 귀사의 여성고객은 과연 몇 %인가?

마이너가 메이저로 바뀌면 혁명이 일어난다. 중장년과 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것은 정치적 정권교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이지만 우리가 스쳐 지나고 있는 수많은 새 트렌드의 하나일 뿐이다. 추석의 짧은 연휴, 블루오션 후보를 찾아보는 사색의 시간이 되시길!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