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생명은 ‘간결함’이다

"우리나라는 대만 중국과 더불어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제조업에 있어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세계 1위인 제품은 의외로 적다."

"특히 요즘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현하거나 금융제도가 급변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이에 맞는 통화지표를 개발하는 과제가 중앙은행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다."

글을 쓸 때 습관적으로 '~에 있어(서)'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이 왜 문제가 될까.

이 말은 일본어의 '~に おいて'를 직역한 표현으로,우리말에서 버려야 할 대표적인 일본어투로 오래 전부터 지적받아 왔다.

그러나 외래어투를 단순히 일본어투라서,또는 영어투라서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글의 흐름에 자연스러움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예문에서도 '제조업에 있어서는''시대에 있어서는'보다 '제조업에서는''시대에는'으로 말하는 게 훨씬 우리말답다.

외래어투일지라도 우리말 속에 들어와 부족한 어휘를 채우고 표현을 풍부히 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적극 수용할 만하다.

그러나 외래어투의 영향으로 인해 없어도 되는 말이 불필요하게 덧붙는 경우라면 이는 오히려 군더더기로 작용할 뿐이다.

당연히 문장의 간결함을 떨어뜨림으로써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을 방해한다.

'~에 있어(서)'는 대부분 문맥에 따라 '~에서''~에게''~할 때' 등으로 고칠 수 있다.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경제에 있어서 돈의 역할은 인체의 혈액에 비유된다''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유권자의 표이다''승진 심사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들에 쓰인 '~에 있어(서)'는 각각 '국가경제에서/정치인에게/승진 심사를 할 때(또는 승진심사에서)' 식으로 쓰는 게 글에 간결함을 주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