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석준씨(36)는 최근 생애 두 번째 자동차를 장만하면서 9년간 타던 '애마'인 '티뷰론 터뷸런스 1.8'을 중고차 시장에 팔았다. 판매를 일임한 영업사원이 받아준 돈은 300만원 남짓.400만원은 족히 받을 것이란 기대보다 100만원 적었다. 박씨는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차를 팔았다는 생각과 신차를 산다는 기쁨에 100만원은 깨끗이 잊기로 했다.

박씨가 제값을 받을 방법은 없었을까. 정답은 중고자동차 경매장에 있다. 예컨대 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시화 경매장의 낙찰 가격은 희망가보다 평균 8%(올 상반기 기준) 높았다. 710개에 달하는 중고차 매집상들이 경쟁적으로 차를 사가려는 경매장 구조 덕분이다. 잘 관리된 차라면 경매장을 이용할 경우 손해보는 일은 없다.

◆개인에게 불리한 중고차 판매 시장

개인이 중고차를 판매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박씨처럼 영업사원한테 맡기는 것.편하게 차를 팔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편한 만큼 제값을 받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영업사원이 어떤 경로로 차를 파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이 수고비라며 암암리에 떼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이용해도 된다.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해 헐값에 차를 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언제 팔릴지 기약이 없다. 유종수 글로비스 시화경매센터 소장은 "인터넷 매매의 경우 매수자 대부분은 중고차 매매상사 직원들"이라며 "이것저것 흠집을 잡아서 가격을 깎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SK엔카같은 중고차 전문업체에 일정 수수료를 내고 판매를 맡기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 직거래나 영업사원한테 맡기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지만 들어가는 비용과 실제 손에 쥐는 돈을 감안하면 자동차 경매에는 미치지 못한다. 판매를 업체에 전적으로 일임하기 때문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매장에 가면 좋은 일이…

지난 29일 찾은 시화 자동차 경매장은 경기 회복 덕분인지 활기에 차 있었다. 2002년식 '싼타페 2.0 디젤 4WD'이 경매 전광판에 뜨자 수백명의 경매 참가자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차 주인이 원한 희망가는 800만원.실제 낙찰 가격은 894만원으로 결정됐다.

차주가 부담해야 할 돈은 출품료 6만5000만원과 낙찰 때 지불하게 돼 있는 2.2%의 수수료(최소 3만3000원,최고 33만원) 약 19만원.차량 평가와 판매 대행,명의 이전에 필요한 각종 서류 처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유종수 소장은 "요르단 등 우리 중고차를 가져가려는 외국인이 가세해 낙찰 가격을 올려 놓곤 한다"고 귀띔했다.

작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시화 경매장의 낙찰률은 57%에 달한다. 경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비스가 차량 상태를 꼼꼼히 점검해 출품하기 때문에 차량 상태가 좋지 않으면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글로비스는 유찰 차량만을 따로 모아 매매상과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수많은 중고차 매매상이 여러 단계에 걸쳐 중고차를 사고 팔기 때문에 개인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중고차 경매장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경매장 이용 방법

경매장 홈페이지(www.autowise.co.kr)에서 출품신청서를 작성하고,명의 이전 서류(자동차 등록증,인감 증명서,양도행위 위임장,자동차세납부 증명서)를 준비하면 된다. 전화로도 가능하다. 경매장으로 차를 탁송하는 수수료는 수도권의 경우 2만5000~4만5000원이다. 본인이 직접 가져갈 경우 돌아올 때 인근 지하철역까지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낙찰 대금은 경매일부터 2영업일 이내에 각종 수수료를 공제한 후에 지정 계좌로 입금해 준다. 시화 경매장의 경매일은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다. 글로비스 분당 경매장은 매주 금요일 운영한다.

시화=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