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부담금제도'에 대한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기업들의 원성이 높다. 산업용 플라스틱은 전량 재활용돼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정부가 행정편의적으로 사전부담금을 물리면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환경부는 2007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상 · 하수도배수관과 건축자재 등 산업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부담금 대상품목으로 지정했다. 이로인해 2008년부터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당(출하량 기준) 15원씩의 폐기물부담금을 내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2만t인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부담금은 3억원.연간 매출 500억여원을 올리는 이 회사는 순이익(15억원)의 25%를 폐기물부담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스틱업계 관계자는 "100% 재활용되는 산업용 플라스틱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부담금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국제 원유 및 합성수지 가격 폭등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폐자재시장에서 ㎏당 300원씩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폐기물부담금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오는 2010년에는 ㎏당 45원으로,2012년부터는 ㎏당 75원으로 상향조정돼 관련 업계의 부담은 향후 3~5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등 관련 업계는 환경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 관련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부담금 폐지를 촉구해왔다. 올초에는 외부 연구소에 용역을 의뢰,산업용 플라스틱의 폐기물 발생 및 재활용 실태 등을 조사한 보고서를 만들어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업계는 당초 대기업인 플라스틱 원료업체에 부과해왔던 폐기물부담금이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산업용 플라스틱 생산업체에 전가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993년 도입된 폐기물부담금제도는 플라스틱원료 업체들에 t당 7%(원료가격 기준)를 폐기물부담금으로 부과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금이 '준조세'란 비난에 부딪치자,'생산자책임제도' 원칙을 내세우며 플라스틱 생산업체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했다.

업계는 환경부가 지난해 내놓은 '플라스틱 폐기물 회수 · 재활용 자발적 협약제도'도 실효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출하량 기준으로 6%의 재활용 의무비율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부담금을 면제받는 협약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부담금의 1.3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발생하지도 않은 폐기물을 회수하느라 직 · 간접적인 비용이 더 든다"며 "현실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자발적 협약으로 부담금을 면제받고 있으며,협약을 통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생산에 필요한 원유사용량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