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최대 주주로 특정 정당의 최대 주주 위치에서 정치세력화하고 반정부 투쟁에 나서는데 공무원 노조가 그 대열에 선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본전을 건지는 세태에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공무원 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지난 28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중 어느 누구도 언급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처음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의 '나라꼴' 비판 강도는 전례가 드물 정도로 최상급 수위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한 것은 스스로 자기를 부정한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 "앞으로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철저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 민노총이 깃발을 앞세우고 그의 집무실로 쳐들어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다.

발언 다음 날인 29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이날 경남도청 공무원 노조게시판에는 김 지사를 공격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 지사님 존경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사람은 첫 문장에서 "존경은 지랄.(중략)참으로 한심하다"며 막말을 해댔다. 또 어떤 이는 "(김 지사의 사고는)유신시대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다"며 공격했다.

게시판의 글이 무엇이든 김 지사의 공무원 노조비판은 평소 소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본지의 기획면 '솔직토크' 인터뷰 때 그는 "신분보장이 확실한 공무원노조가 가장 신경쓸 것은 복지밖에 없지 않느냐.복지 문제라면 얼마든지 대화한다. 하지만 그 밖의 정치적 투쟁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실제로 지난 28일 정치투쟁을 벌였던 경남도 공무원노조원에 대해 강한 징계조치를 내렸다.

'사건' 이후 김 지사 참모들 사이에선 "어느 단체장도 나서서 얘기를 안 하는데 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게 나온 모양이다. 정치적 부상을 노린 의도된 발언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야 어떻든 지도자를 자처하는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김 지사처럼 눈치보지 않고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쯤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게시판을 무서워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지 않은가.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