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 24일 홍콩에서 만난 직장인 일라나 추씨(26).그는 홍콩 완차이 컨벤션센터 1층 세븐일레븐에서 감기약 ‘파나돌’을 33.9홍콩달러(약 5000원)에 구매했다.근무중에 잠시 편의점을 찾은 추씨는 “주변에 약국이 없어도 가까운 편의점에서 비상약을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써클K’ 등 홍콩의 1000여개 편의점은 10여년 전부터 감기약,해열제,진통제,파스 등 일반의약품(OTC·over the counter drugs·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를 자유롭게 판매하고 있다.계산대 바로 앞 접근이 가장 쉬운 곳에 의약품 진열대를 따로 마련해 맥실,파나돌,살론파스,스트렙실 등 60여종을 13~65홍콩달러(약 2000~1만원)에 판다.홍콩은 서울의 면적이 2배이지만 편의점수는 서울(2008년 기준 3254개)에 비해 단위면적당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그러나 일부 주거지역에서는 편의점이 50m당 1개꼴로 분포해 상비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1993년부터 편의점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허용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현재 약사법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편의점,슈퍼마켓 등 소매점포는 붕대,‘가그린’과 같은 구중청량제,‘바세린’과 같은 피부연화제,염색약,콘택트렌즈 용액 등 의약외품만 취급한다.홍콩,미국,영국,독일 등에서는 일반의약품을 소매점포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일본은 올 6월 약사법 개정으로 소매점포에서 일반의약품의 95%에 해당하는 품목을 팔 수 있게 됐다.

편의점 업계는 사람들이 오남용이나 부작용 우려가 없는 가정 상비약을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구입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약국이 약을 독점 판매해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으로 약을 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을 이용하기 불편한 외국과 달리 한국에는 약국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어 약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며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완차이(홍콩)=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