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그냥 죽여줘요~." 박현빈의 노래 '샤방샤방'의 노랫말이 그렇게 딱 들어맞을 수 없다. 울울창창한 금강소나무는 '쭉쭉빵빵' 몸매를 자랑하고 온천수 콸콸 솟는 계곡은 V라인을 뽐내는 곳이니 말이다. 진귀한 보배가 많아서 울진(蔚珍)이라고 했다는데,딱 이 세 가지 금강소나무와 계곡 그리고 온천수 만으로도 그런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Take 1 -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에서 울진 여행의 첫걸음을 뗀다. 36번 국도에서 꺾어 들어가는 13㎞ 비포장 진입로 중간에 조선 숙종 때의 '황장봉계표석'이 누워있다. 황장목(黃腸木)이 있어 민간의 출입을 금하는 지역을 생달현,안일왕산,대리,당성 네 지역으로 하며 이를 명길이란 산지기로 하여금 관리케 한다는 내용의 표석이다.

"황장목이 금강송이에요. 속이 누렇다고 해서 누르황자 황장목이지요. 조선시대엔 이 황장목이 있는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禁山)으로 지정하고 민간의 출입을 통제했어요. 이를 어긴 사람은 곤장 100대를 쳤다지요. 황장목이 왕실의 관을 짜는 데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

숲해설가인 김원동씨(72)가 안내한 금강소나무 전시관은 황장목,즉 금강소나무와 일반 소나무의 특성을 비교할 수 있게 해두었다. 수령 230년으로 수고 26m,가슴높이 지름 46㎝인 금강소나무 전시목은 나무 가운데의 누렇고 단단한 심재(心材) 부위가 90%나 돼 일반 소나무보다 훨씬 크다. 이 전시목처럼 수령 200년 이상 된 금강소나무는 이 일대에 8만그루가 자라고 있다. 50년 이상 된 금강소나무는 울진군 전역에 1280만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 전시관 앞쪽에 할아버지 소나무라고도 불리는 최고령 보호수가 서 있다. 1982년 조사에서 약 500살,조선 9대 성종 조에 태어난 소나무로 추정됐으니 지금은 530살 정도 된 셈이다. 어떻게 500년 세월을 버틸 수 있었을까. 김씨는 목재로서의 효용가치를 답으로 제시한다. "지금 보면 관상용으론 좋지만 목재로는 쓸모가 없었나봐요. 왜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도 있잖아요. "

35년에서 210년 된 금강소나무 123그루가 모여있는 금강송관찰림을 지나 탐방로가 꺾이는 지점에 있는 미인송이 눈길을 끈다. 미인송의 수령은 350년,키는 35m로 늘씬하다. 줄기가 곧으며 지면에서부터 큰 나뭇가지까지의 높이가 커 금강소나무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그 위세에 눌렸는지 정말 사시나무 떨듯 나뭇잎 전체가 파르르 떨리는 사시나무가 애처로워 보인다.

탐방로를 따라 금강소나무 군락 속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숲속관망대는 탐방길의 중간 쉼터.금강소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짙은 솔향에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Take2 - 온천수 콸콸, 덕구계곡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이 가벼운 산책로라면 응봉산 덕구계곡은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트레킹 길이다. 평지길이나 마찬가지여서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심한 가뭄에도 물소리가 그치지 않아 걷는 내내 시원하다.

호텔덕구온천에서 매일 오전 6시30분 가이드 투어를 진행한다. 트레킹 코스는 왕복 8㎞.호텔덕구온천에서 사용하는 온천수의 원천공을 찾아 족욕을 즐기고 되돌아 온다. 계곡에는 모두 12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금문교,하버 브리지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다리를 본떠 만들었다.
하버 브리지 아래 용소폭포와 마당소 일대의 계곡미가 웅장하다. 두 마리의 이무기가 매봉여신의 도움으로 승천해 용이 됐다는 곳이란다. 트리니티교를 지나면 연리지가 보이고 한참을 더 가면 효자샘이 나온다. 모친의 병을 치료하려 방방곡곡 돌아다니던 총각의 100일 치성에 감동한 매봉여신이 알려준 샘물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금 더 걸으니 계류와는 다른 물소리가 들린다. 자연 용출되는 온천수를 보여주려고 만든 온천공에서 치솟는 온천물 소리다. 호텔덕구온천 총무과의 민경철씨는 "모터로 끌어올리지 않고 자연 용출되는 온천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자랑한다. 하루 용출되는 온천수는 4000t. 파이프를 타고 호텔덕구온천에 공급된다. 족욕탕은 수수하다. 1시간반 정도의 트레킹 끝인데다 야외에서 하는 족욕이라 그 느낌이 새롭고 또 시원하다. 옛날에는 오른쪽 경사면 너머에 있었다는 작은 부부탕이 사라져 조금 아쉽기는 하다.

울진=글 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ㆍ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 국도~삼척~임원~원덕~부구~울진.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 경유 무정차 또는 풍기 경유 직행버스가 다닌다. 동해 경유 무정차 버스가 조금 빨라 4시간 정도 걸린다.

소광리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숲해설 054-780-3942)은 영주 나들목에서 울진 방향 36번 국도를 타고 통고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왼편 917번 지방도를 따라 들어간다. 울진 방향 36번 국도변 오른쪽으로 불영사와 불영사계곡이 이어져 있다. 울진에 다 들어가 경상북도 민물고기 생태체험관(054-783-9413)이 있다.

덕구온천지구 내 호텔덕구온천&스파월드(054-782-0677)가 가족단위 여행객을 위한 고급 숙소로 안성맞춤이다.

죽변방파제 충청도횟집(054-783-6651)의 물회를 알아준다. 33가지 이상의 재료를 넣어 뽑는다는 육수가 자랑이다. 망양정해수욕장 주차장 내 파랑새회식당(054-783-1717)의 회밥도 깔끔하다. 가뭄 탓에 아직 가을 송이가 채취되지 않고 있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