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olleh!)'는 우리가 들고 간 700여개의 후보작 중 하나였어요. 직원들과 족발을 시켜서 소주 한잔 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hello'를 거꾸로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죠.그 순간 '이거다!' 싶었죠."

요즘 기분 좋거나 행복한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올레!'를 외치는 사람이 많다. 올레는 KT가 새로운 경영 방향을 발표하며 내놓은 브랜드와 CI다. 올레를 만든 브랜드 네이밍전문기업인 ㈜브랜드메이저의 황은석 고문(49 · 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KT의 유선 브랜드 'QOOK(쿡)'도 작명했다. "올초 보안각서를 쓰고 6개월간 두 작업에 매달렸어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쿡은 X프로젝트,올레는 Y프로젝트라고 불렀죠.쿡의 경우는 기존의 무선 브랜드인 '쇼'와 견줄 만큼 가벼우면서도 감각적이고 단순한 이름을 찾았습니다. "

'집에서 마음놓고 요리하듯 집전화를 쓰자'는 의미에서 'COOK'를 떠올렸고 브레인스토밍 중 C 대신 Q를 넣어보자는 의견이 더해져 쿡 브랜드가 탄생했다.

올레는 '좋은 길,작은 길'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기도 하다. 사실 올레는 최종 단계에서 KT의 일부 임원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KT답지 않게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잘 막아준 이가 이석채 KT 회장이다. 이 회장이 "기왕 변할거면 확실히 변하자"는 주문과 함께 이 작업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황 고문은 "올레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니 KT가 갖고 있던 기존의 무겁고 고루한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며 "잘 지어진 브랜드나 슬로건,CI가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컨설팅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래미안''자이''타워팰리스' 등 아파트 브랜드,'하이닉스''우리은행' 등의 회사명,'싸이언''KTX''T머니''룰루''햇살담은 간장''2% 부족할 때''카프리' 같은 제품 · 서비스 브랜드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명은 8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일전에 강남대로를 지나가는데 줄잡아 20여개 간판이 제 손을 거친 녀석들이더군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우연찮게 브랜드 컨설팅회사에 입사하면서 '회사 작명'이 시작됐다. 당시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가 공짜로 이름을 지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는 일단 열심히 뛰었다. 기업들의 인식이 차츰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자 1994년 '브랜드메이저'를 창업했고 이젠 직원 20명,연매출 25억원 규모의 회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부턴 고문 직함을 걸고 브랜드의 '공장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지은 브랜드 슬로건이 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KT가 좋은 예죠.KT를 계기로 앞으로 많은 기업이 변할 것 같습니다. "

그는 지난해 바꾼 한국경제신문의 CI에 대해 "'한국경제'란 제호가 갖고 있던 진중함과 무게감을 조금 누그러뜨리면서 동시에 시원시원하고 산뜻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황 고문의 꿈은 '외화벌이'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현지 업체의 브랜드 컨설팅을 전담하겠다는 각오로 올해 뉴욕과 베이징,베트남에 지사를 건립할 계획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