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교수는 우리나라 디자인 경영의 선구자로 평가받아온 분입니다. 그 학식과 전문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디자인 서울 2기를 책임질 적임자로 생각했던 이유는 정 교수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내다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부시장급)으로 임명하면서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의 2010년 세계 디자인수도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정 본부장은 국내 디자인 경영(Design management)의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그는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경영자,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디자이너 양성에 주력해 한국 산업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산업디자인'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1970년대 서울미대 응용미술학과를 입학하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0년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시라큐스 대학원(산업디자인 석사)과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디자인전략 박사) 수학 시절 그는 단순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목격했다. 당시 외국에서는 디자인 경영이 화두가 돼 있었다. 디자인 경영은 한마디로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자의 측면에서 제1순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상품기획과 마케팅 팀의 하부구조에 위치,시키는 일이나 하는 한국의 디자이너와 180도 다른 것을 그는 목격했다.

1984년 귀국 후 그는 KAIST 산업디자인학과에 재직하면서 학계와 기업에 디자인 경영 전도사의 역할을 자임했다. KAIST 대외협력처장과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등을 역임하며 디자인 경영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런 왕성한 노력 덕분에 KAIST 산업디자인학과는 개설 20여년 만에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2006년 10월호)가 선정한 월드베스트 디자인 스쿨에 선정될 만큼 급성장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시절에는 비대한 조직을 구조조정하고 디자인센터를 완공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