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이 1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에 장기 투자할수록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기간이 길수록 규모가 큰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27일 펀드평가사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으로 설정 잔액 10억원 미만인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54.51%로 설정 잔액 100억원 이상인 상품의 수익률(55.47%)과의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운용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유형 펀드 간의 수익률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수익률은 자투리 펀드가 20.70%인 반면 정상 펀드는 22.02%로 2%포인트가량 벌어졌고,2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상태이긴 하지만 자투리 펀드가 -8.69%인 데 비해 설정 규모가 큰 펀드는 -5.45%로 3%포인트 이상 차이났다. 이어 자투리 펀드의 3년 수익률은 26.87%에 그친 반면 설정 규모 100억원 이상인 펀드는 41.20%에 달해 자투리 펀드 수익률이 14%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자투리 펀드는 운용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밑도는 상황이다.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의 2년 평균 수익률은 -6.48%,3년 수익률은 39.38%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자투리 펀드들의 투자금액이 적어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운용사마다 펀드 수가 늘어남에 따라 펀드매니저들도 가입자가 많은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을 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한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운용해야 할 펀드가 많기 때문에 덩치가 큰 대표 펀드 위주로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설정 규모가 10억원도 안 되면 시장의 등락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 2000년 2월 설정된 6억원짜리 '실크로드1' 펀드의 경우 지난 7월 초 운용보고서를 보면 전체 순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49%에 이르지만 편입하고 있는 주식은 하이닉스 한 종목뿐이다. 이 펀드는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삼성전자 주식 500주도 못 사기 때문에 한 종목에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최봉환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이와 관련,"내달 중에 운용사 판매사들과 함께 자투리 펀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미나를 열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찾은 다음 내년엔 법을 바꿔서라도 자투리 펀드 정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