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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약속'은 2005년 부산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건배주로 쓰이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상황버섯 발효주다. 이후 한 · 일 정상회담,남북정상회담 등 수많은 국내외 행사에서 건배주 역할을 전담하며 부산의 향토주에서 국내 대표 전통주로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이 술은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 전통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영업력이 열세에 놓이면서 회사가 경영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2006년 258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2008년 3분기에 34억원까지 떨어졌다. 구원투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마침내 2008년 11월,㈜천년약속(www.1000yr.co.kr)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26년간 주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진 영업 · 마케팅 전문가 김일주 수석무역㈜ 대표가 위탁경영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1983년 두산씨그램에 입사하면서 업계와 인연을 맺었고 2005년 진로발렌타인스(현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전국 영업 ·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2007년부터는 주류유통업체 수석무역㈜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내 최고의 베스트셀러 위스키인 '윈저' 개발에 참여했고,'임페리얼'에 위조방지장치 키퍼캡을 장착해 위스키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으며,'발렌타인' 위스키를 국내시장에 안착시켜 주류시장에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붐을 주도했다. 이런 그가 ㈜천년약속의 경영에 나섰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주류업계의 '핫이슈'가 됐다. 김 대표는 우선 전국적인 유통망 재구축 작업과 천년약속의 포장 단위를 변경하는 패키지 혁신을 단행했다. 지난여름부터는 신제품도 출시했다. 7월에는 맛과 디자인을 개선한 '천년약속 골드'를,이달 초에는 부산 기장군과 2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한 한국형 레드와인 '천년약속 레드 프라임'을 출시했다. 앞서 올 3월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국 베이징에 현지사무소를 내고 4월부터 현지 천년약속 수출을 개시한 것. 올 수출 예상액은 3억~4억 원 선이다. 회사 측은 2013년 50억원 규모로 중국 수출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일본 도쿄와 미국 LA로도 수출 영역을 넓힌다는 각오다. 지난 7월에는 런던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청주부문 동상을 수상해 해외수출사업에 든든한 동력을 얻었다.

김 대표는 "천년약속의 재기와 종합주류메이커로의 성장을 위해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개발,거래처와의 상생,성장과 안정의 균형,주주들의 이익 창출,직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5가지 경영철학을 지켜가겠다"며 "나아가 전통주의 대중화와 고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통주에 대해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길 바란다"며 "특히 전통주 부문에서만큼은 판매와 제조의 분리를 통해 대기업과 제조원 간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