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가의 스타는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비록 단기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은 겪고 있지만,지난 22일 82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코스피지수 급등을 주도하며 한국 증시의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만 독일 등 경쟁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자 삼성전자와 같은 승자가 프리미엄을 받는 시대가 열린 덕분이다. 현대차 역시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메이커들이 파산하는 동안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며 주가도 역대 최고가를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블루칩'들이 질주하고 있다. 업종 대표주 등 우량주들은 탄탄한 실적과 외국인의 든든한 매수세를 배경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서 우량주의 몸값은 더욱 치솟고 있다. 이머징 시장에 머물러 있던 여의도 증시가 선진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해외 장기자금이 국내 대형주로 유입되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은 중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형주 퍼레이드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50.6%나 상승했다. 주가 급등의 주역은 대형주다. 특히 대형주 상승세는 지수 1400선에서 재상승을 시작한 지난 7월 중순 이후 두드러진다. 5월 이후 2개월여 지속됐던 횡보장이 끝난 7월1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22.9% 오르는 동안 대형주지수는 25.2% 상승해 시장 평균을 앞질렀다. 반면 중형주지수는 11.9%,소형주지수는 9.1% 오르는 등 상승률이 대형주의 절반 이하에 그쳤다.

특히 업황이 완전히 살아난 IT 자동차 업종의 대표주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외에도 삼성전기 삼성SDI 현대모비스 등이 올 들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화학업종 대표주인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면서 7월 말 이후 주가가 62%나 수직 상승했다. 대형주 강세의 배경에는 올해 수급을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외국인이 자리잡고 있다. 변종만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의 선호에 따라 주가가 확연하게 갈렸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기업 등 외국인이 중시하는 기준에 부합되는 주식은 결국 대형주였다"고 설명했다.

◆내수주에도 관심을

대형주 위주의 시장 흐름은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3월부터 외국인이 하루 평균 3000억원 가까이 공격적으로 순매수한 것은 한국 대표기업들의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기업실적은 내년에 역대 최고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어서 대형주 중심의 외국인 매수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가 점차 회복되고 있어 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평가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시작된 실적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경기지표도 연말이면 개선추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 수출주 위주의 접근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환율의 점진적인 하락추세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수주와 환율하락 수혜주로 종목을 일부 교체하는 전략을 추천하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수가 1700선까지 상승한 만큼 내년까지 내다보는 시각으로 △3~4분기 실적호전주 △환율하락 수혜주 △중국 내수소비 확대주 등으로 나눠 접근할 것을 권했다. 시가총액 100위권 종목 중 실적호전주는 삼성전자 삼성SDI 고려아연,환율 관련 예상 수혜주는 포스코 한국전력 대한항공 한국가스공사 CJ제일제당 등이 포함됐다. LG전자 LG화학 현대모비스 기아차 엔씨소프트 등은 중국 수혜주로 분류됐다.

대우증권은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대형주로 삼성전자 현대건설 기아차 삼성SDI 부산은행 포스코 삼성전기 등을 관심종목으로 꼽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