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송편을 만들어 일본에 있는 고객들을 찾았다. 내 고객의 90%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일본 나고야에 머물고 있다. 주변에서는 나를 글로벌 영업맨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영업맨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모바일이다.

중고자동차 수출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올해 2월 삼성생명 보험설계사(FC)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쯤 일본에 있는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보험계약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언니의 청약서 한 장을 들고 일본 나고야로 날아갔다. 언니는 식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 손님이 많았다. 이들을 상대로 보험영업을 하면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언니는 가게 한켠을 내줬다. 데스크 톱을 일본으로 가져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프린터를 연결했다.

언니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 내 잠재고객이었다. 모바일의 위력은 대단했다. 삼성생명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비해 내 개인 브랜드는 미약했다. 고객들은 돈을 떼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던 같다. 당시 현지에서는 계주가 도망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성을 높여 준 것은 모바일의 위력이었다. 삼성생명의 모바일 시스템은 설계사가 노트북과 휴대용 프린터를 통해 고객과 함께 고객정보동의 확보,보장분석,가입설계 및 청약 등을 현장에서 끝낼 수 있게 돼 있다.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컴퓨터를 통해 상품을 설명하고 설계까지 했다. 나는 무척 오래된 경력자로 인정받았다. 서울 본사에 보고하고,승인을 받고,그리고 청약서를 발급하기까지 일사천리였다.

보험영업은 통상 만나서 이뤄지는 대면영업 성격이 강하다. 첫 만남부터 가입설계,청약,체결 등 6~7번을 고객과 만나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을 활용하면 분석→설계→청약→체결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기존엔 흰 종이에 연필로 그려 가며 보장내용을 설계했지만 이젠 노트북에 수치만 입력하면 보장내역이 도출된다.

고객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컴퓨터를 통해 보험가입 내역을 들여다 보면서 지금 받고 있는 보장이 적절한지,중복가입은 없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여러 명의 FC를 통해 이른 시간에 보험 가입 내역을 쉽게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보험가입에도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는 의미다. 매월 수십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을 지출하는 보험료를 자신에게 맞게 설계해주는 FC를 선택할 수 있다.

모바일 영업은 보험영업의 투명성 제고로도 이어진다. FC가 진정 고객 입장에서 보험 가입을 권유했는지 노트북 화면상에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인 인증서를 통해 전자청약시스템에 접속,본인 확인을 마치면 FC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개발됐다. 과거 인지(人紙)산업으로 불렸던 보험 영업에 종이가 필요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나는 모바일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영업 8개월째로 신인이지만 모바일의 힘으로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다. 모바일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