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첫 동거,협력업체의 공장내 첫 입주,차체 조립의 모든 공정을 290대 로봇이 처리하는 최첨단 공장….

현대차가 24일(현지시간) 준공한 체코 노소비체 공장은 기존 공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을 잇달아 선보였다. 부지 200만㎡(60만평), 건평 21만㎡(7만6000평)에 이르는 체코 공장 준공의 의미는 각별하다. 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할 생산거점이자,글로벌 '빅4'로 도약할 교두보로 삼고 있어서다.

유럽시장 공략의 첨병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준공식에서 "완벽한 품질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유럽 전략모델을 체코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의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체코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바탕으로 유럽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주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신형 쏘나타 발표회에 이어 체코공장 준공식도 주도해 국내외 무대에 확실한 이미지를 심었다. 정 부회장의 이런 의지에 걸맞게 체코공장은 유럽 전략모델인 i30와 i30cw(왜건형) 양산을 맡기로 했다. i30는 올 들어 유럽시장에서 6만여대가 팔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는 11월부터 체코공장에서 또 다른 실험을 한다. 기아자동차의 소형 다목적차량(MPV)인 '벤가'를 생산키로 한 것이다. 현대차 공장에서 기아차를 만드는 것은 국내외 통틀어 처음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기아차의 소형 MPV 신차도 추가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인기있는 모델을 체코공장에서 집중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및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모델

체코공장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및 협력업체들과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했다. 체코공장과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의 거리는 불과 85㎞.이 점을 활용해 단단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체코 공장에서는 변속기를 생산하고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엔진을 만든다. 2개 공장에서 필요한 변속기와 엔진을 각각 생산해 교차 공급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 안정성을 꾀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두 공장은 19개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함께 공급받는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 역시 충분한 물량확보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

체코 공장은 협력업체와도 새로운 시너지를 꾀하는 모델로 꼽힌다. 공장 안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공장과 시트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부품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공급된다. 하루에만 트럭 200대분의 물동량이 줄었다. 물류비를 그만큼 절감하는 셈이다.

공장도 최첨단이다. 차체 공정은 290대의 로봇이 모든 작업을 마친다. 프레스,도장,의장 공정 및 변속기 공장 등도 친환경 · 최첨단을 자랑한다. 여기에 부품 · 물류창고,출하검사장,3.3㎞의 주행시험로까지 갖춰 자족형 완성차 공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생산체제의 완성

체코 공장 준공으로 현대차의 해외공장은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등 5곳으로 늘어났다. 생산능력은 180만대에 달한다. 기아차도 올해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어서 중국 슬로바키아와 함께 3곳의 공장을 갖게 된다.

현대차는 경제위기로 일시 중단했던 브라질 공장(연산 10만대)도 내년에 착공한다. 베이징 공장도 증설할 예정이다. 중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도 세워뒀다. 이렇게 되면 해외생산 능력이 국내생산 능력을 훨씬 앞서게 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와 견줘도 뒤질 게 없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현대 · 기아차그룹이 글로벌 '빅4'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소비체(체코)=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