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타이어에 덤핑관세… 中, 美농산물 보조금 조사

[Global Issue] 美·中 타이어 분쟁 확산… 무역 '리밸런싱' 氣싸움 팽팽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타이어 분쟁'이 확전 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 승용차와 경트럭용 중국산 타이어에 징벌적인 관세 35~25%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덤핑,즉 고의로 낮은 가격에 타이어를 미국에 판매해 시장을 교란하고미 타이어업체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난해 4600만개의 타이어를 미국에 수출했다.

중국 정부는 재빨리 맞불 작전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미국의 특별보호관세 부과 다음날인 13일 바로 미국의 자동차와 닭고기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들어갔으며 14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 무역혐의로 미국을 제소했다.

또 18일에는 총 수입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산 콩에 대해 미국 정부가 콩 재배 농가에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이용해 덤핑 수출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우리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하는 중국질검총국은 21일 펩시가 생산하는 돌 오렌지주스 등 39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안전규정을 위반했다며 통관보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총 152개 수입 상품에 해당 조치가 취해졌으나, 미국산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 또한 미국의 타이어 관세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미국 철강업체 US스틸은 17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중국산 수입 철강파이프(강관)에 대한 덤핑 조사 및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이미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 9일 중국 강관업체들이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가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미 철강노조와 US스틸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국산 수입강관에 대해 최고 31%의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무역문제를 놓고 충돌을 벌이는 까닭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때문이다.

2004년 7329억달러였던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9206억달러로 25%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중국에 대해서만 총 무역적자의 29%에 달하는 270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부는 막대한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줄곧 중국 정부에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건 이 때문이다.

또 미국 제조업계와 노조는 중국산 저가 수입품 때문에 제조업이 무너진다며 각종 수입규제를 주장해왔다.

그나마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호경기 때에는 무역 수지를 줄일 동기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현실에서 정치적, 경제적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지속하는데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수출 장려를 위해 보조금뿐만 아니라 낮은 위안화 가치, 약한 지식재산권 감시 등 여러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수출 증가에 계속 의존하고 있으며, 자신의 성장 모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무역 흑자를 억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국의 개인소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5% 정도에 불과하며, GDP의 40%는 저축된다.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에서 중국은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은 지난 1980년대 레이건 전 대통령 시기의 유명한 '쌍둥이 적자'에서부터 시작돼 약 30년 동안 지속돼 왔다.

쌍둥이 적자란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미국이 이처럼 장기간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계속 안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자국 화폐인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적자로 빠져나가는 달러만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새로 달러화를 찍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찍어낸 달러화로 막대한 재정 적자 누적에도 흥청망청 소비를 지속할 수 있었다.

또 외국으로 흘러나간 달러는 금융 중심지인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무역수지 흑자로 늘어난 달러를 처리해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던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을 다시 미국으로 보내니 무역흑자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경감시킬 수 있었다.

중국인들처럼 자국에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저축해 발생한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도 미국으로 흘러들었다.

이렇게 미국 뉴욕의 금융중심지 월스트리트로 되돌아온 달러는 싼 이자에 미국인들에게 대부됐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미국인들이 거의 저축을 하지 않으면서 신용카드, 모기지 등 빚을 지면서 생활하는 게 가능한 원인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빚을 잔뜩 져가며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해왔던 시대는 끝났다.

현재 미국의 저축률은 7%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0%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예전의 '신용카드로 지어진 집'으로 되돌리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달러화 증발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뒤흔들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가장 우량한 채권인 미 국채 입찰 때 제대로 국채가 다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미국이 최근 '글로벌 리밸런싱(reblancing)'을 국제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던진 건 더 이상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없으며, 감당해선 안 된다는 적발감이 깔려 있다.

'리밸런싱'은 미국의 대규모 적자와 중국,일본,독일,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대규모 흑자가 계속되고 있는 현 국제 무역 체제의 '불균형(임밸런스 · imbalance)'을 되돌리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 중국 등은 대규모 내수 소비 증가 정책을 집행하고, 달러화 환율을 대폭 조정해 달라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첫 전략경제대화의 개막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던진 화두는 차라리 호소에 가까웠다.

"중국이 미국 제품을 소비하는 거대 시장이 돼 달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똑같은 내용의 제안을 24~25일 미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내놓았다.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라는 타이틀의 이 제안은 이미 지난 3일 마이클 프로만 백악관 경제자문역이 G20 국가들에 회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만 자문역은 이와 관련, "수출 주도의 국가들이 내수 확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경제는 저성장에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터이니 중국 등 대미 수출국들이 소비를 더해 균형을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불균형(imbalance)'을 '해소해야(rebalancing)' 세계경제는 파이가 커지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미국이 불균형 해소에 나선 것은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 초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정부는 당시 일본을 상대로 '리밸런싱'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일본이 장기 불황으로 접어든 탓이었다.

2006년에는 IMF의 중재로 미국,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관련 대화를 한 적이 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관건은 리밸런싱 이행을 위해 규정을 어떻게 만들고, 특정 국가가 규정을 어겼을 때 어떤 벌칙을 가할지를 합의하느냐다.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자고 말로만 떠들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각국의 이기주의가 좋은 예다.

아들 부시 대통령 때 재무부 관료를 지낸 티모시 애덤스는 "이행력이 항상 문제"라면서 "1년을 더 기다리면 불균형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는 말들이 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