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만화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와 19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마테를링크의 대표작 '파랑새'의 주제는 흡사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가족과 가정이라는 것,지혜 사랑 용기야말로 삶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는 게 그것이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미국 작가 L 프랭크 바움(1856~1918)이 1900년에 써낸 소설.풀도 나무도 온통 회색인 쓸쓸한 미국 캔자스주에서 무지개 너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마법의 나라로 간 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겪는 각종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1939년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져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전이 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벤허'에 이은 워너 브러더스의 '다시 보고 싶은 고전영화' 3위에 올랐고,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내용은 간단하다.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가 산다는 에메랄드성으로 향하는 도중 뇌가 없는 허수아비,심장이 없는 양철나무꾼,겁 많은 사자를 만난다. 이들은 각기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지만 실은 그만큼 더 많이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두려움을 이기고자 애쓴다. 결국 지혜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지고,사랑은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것이며,진정한 용기는 겁을 내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운 상황에 맞서는 것이란 메시지다.

이 작품에 대해 실은 19세기 말 미국의 화폐제도 변경을 위해 쓰여진 풍자소설이란 설도 있다. 미국의 경우 1873년 금본위제를 도입한 뒤 1880년부터 1896년까지 물가가 23%나 하락하는 등 심각한 불황(디플레이션)에 빠지자 금본위제 대신 금 · 은 본위제를 채택하자는 주장을 담았다는 얘기다. 도로시가 금길을 따라 갖은 고생을 하며 에메랄드성으로 갔으나 해결책을 얻을 수 없는 건 금본위제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시사한 것이라고도 한다.

금융 위기로 인한 불황의 그늘이 여전히 짙다는 가운데 미국에선 1939년판 오즈의 마법사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24일 하루 전국에서 특별상영한다고 한다. 원작자의 의도가 어땠든 8살 소녀의 모험에 담긴 사랑과 지혜 용기 우정,그리고 어려울수록 소중한 가정의 가치를 재조명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