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으로 성사됐고 비용도 많이 썼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리고 기술을 축적해 응용한다면 관련 산업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류장수 에이피시스템 회장)

"단기간에 발사체를 개발해 관련 산업을 키우고 해외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우주산업은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리스크가 크다. 현재 201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 한국형 발사체가 성공하려면 참여 기업과 연구기관 및 정부가 전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함명래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부원장)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우주발사체 자력 개발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제38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은 지난 8월 나로호 발사 이후 순수 국내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발사체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예산확보,개발기간 및 관련 기업 간 협업 등에 관해서는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은 "이번 나로호 발사로 인해 발사체와 관련된 많은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2018년에는 1.5t급의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2025년에는 달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예산은 약 10년 동안 1조5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 10년 계획으로 개발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순조롭게 연구개발이 진행된다면 2018년에는 현재 선진국의 약 70% 수준인 발사체 기술을 거의 100% 가까이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시간과 비용에서 여유를 갖고 발사체 개발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명래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최소한 수십개의 발사체가 실패해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반복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예산도 딱 1조5550억원으로 못박을 것이 아니라 적어도 30% 정도는 더 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수 에이피시스템 회장은 "이번 KSLV 발사는 나로우주센터 시스템 가동 검증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다음에는 자력 발사에 성공해 한국이 우주 강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