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가 21일 국내에서 출시한 신형 골프는 사전계약으로만 511대 판매됐다고 합니다. 출시 첫 날에 올해 주문량 800대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놓은 셈입니다.

신형 골프의 최대 매력은 높은 연비입니다. 2000cc급 경유차라고 하지만,공인 연비 17.9㎞/ℓ를 내는 기술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21일 출시회 및 시승회에서 회사 쪽이 강조한 것은 안전성이었습니다. 국산차에선 찾기 어려운 무릎보호 에어백을 비롯해 총 7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넣었습니다. 유로앤캡(NCAP) 안전성 평가에서 97점(100점 만점)의 최고 점수로 별 다섯 개를 받았다고 합니다.

티구안과 CC처럼 주차보조장치(파크 어시스트)를 장착했는데,훨씬 진화된 버전을 넣었더군요.

직접 조작해보니 훨씬 좁은 공간에서 후진 주차가 가능했고,또 자동주차 과정에서 앞뒤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티구안과 CC의 파크 어시스트 장치는 골프에서처럼 앞뒤 반복동작 기능이 없어 더 단순합니다.)



이번 신형 골프의 또 한 가지 매력은 가격(3390만원)입니다. 종전보다 9% 인상됐지만,유로환율 급등과 강화된 편의장치를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지요.

선루프와 좌석 열선,주차센서(앞쪽에 2개,뒤쪽에 2개 각각 달려있어 사각의 물체를 감지하고 경고합니다.),16인치 휠 등을 기본사양으로 적용했더군요.

다만 2%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택모델(트림)이 단 1개 뿐이란 겁니다. 독일 본사엔 수많은 세부트림이 있지만,한국에선 1개 사양(기본형)만 판매합니다.

그런데 이 모델에 내장형 내비게이션이 없습니다. 이 차를 구입하면 내비게이션을 외장형으로 붙이든지, 매립형으로 따로 맞춰야 합니다. 요즘 내비게이션이 '필수'가 됐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많이 아쉽더군요.

스티어링휠(핸들)에 오디오 채널이나 음량을 조절하는 리모컨 스위치가 달려있지 않은 점도,불편할 것 같았습니다.(버튼시동 스마트키와 패들시프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트 재질 역시 가죽이 아니라 천입니다. 시트 모양 자체는 요즘 유행하는 버킷형이어서 괜찮았는데,촉감 면에서 좀 '싼티'가 났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판매되는 신형 골프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버튼시동키 정도만 없을 뿐 핸들 리모컨과 패들시프트,내장형 내비게이션,가죽 시트 등이 다 있지요.

소비자들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구요.



폭스바겐 코리아가 '기본형' 골프만을 수입,판매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21일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을 만났더니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스토리"가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수입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본사 이익폭을 최대한 줄였고, 마찬가지로 한국지사 마진도 깎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신형 골프는 폭스바겐 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 중 마진이 가장 적어졌습니다.

BMW 코리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528i를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것처럼, 폭스바겐 코리아 역시 신형 골프를 자사의 대표 모델로 각인시킨다는 전략이지요. 그러기 위해선 경쟁력있는 가격을 유지해야 했고,가장 기본형 모델을 대량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신형 골프를 혼자서 시승해 봤습니다. 최고출력이 140마력인데, 힘이 넘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더군요. 특히 2000rpm 안팎의 비교적 낮은 영역에서 충분한 가속감을 줬습니다.

엔진을 켜둔 상태에서 밖에 서 있으면 "경유차구나"라고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이지만, 창문을 닫고 운전대를 잡으면 소음 및 진동이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흡음 기술이 이전보다 훨씬 진보했습니다.

코너링은 종전 5세대 모델만큼 안정적이었지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눈에 띄었지만, 뛰어난 연비와 안전성을 생각할 때 신형 골프는 단 1개 트림으로도 단 번에 수입차 판매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