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시간 때우기용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영어학습,한자공부,심리 치료,금연 훈련 등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교육,의료 등 특정 목적을 지닌 기능성 게임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NHN,엔씨소프트,한빛소프트 등 주요 게임업체들이 기능성 게임을 선보이거나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데다 정부에서도 기능성 게임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국내 최초로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도 열리는 등 기능성 게임이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NHN이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생활의 게임'은 상식,재테크,연애,비즈니스,육아 등 다양한 실생활 소재를 바탕으로 구성된 게임으로 8월 초 선보였다. 이 중 '더 브레인'은 닌텐도DS를 통해 인기를 누렸던 두뇌훈련과 비슷한 게임으로 서울대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게임이다. 논리수리력,주의집중력,집행력,작업기억력,공간지각력 등 각 영역별 트레이닝을 통해 부족한 인지 영역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트레이닝할 수 있다.

한자나 상식 교육 관련 기능성 게임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다. 웹툰과 퀴즈의 적절한 조합으로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판타스틱 어른 백서'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생활의 게임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상식,재테크,연애,비즈니스 등 20~30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실생활 소재를 흥미롭게 구성,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1000만부 이상 팔린 '마법천자문'을 소재로 한 한자교육 게임 '마법천자문 온라인'을 개발한다. '마법천자문 온라인'은 게임을 하면서 쉽게 한자를 배울 수 있는 기능성 게임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원작이 갖고 있는 '모험과 수련 속에서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게임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를 다룬 기능성 게임은 가장 최근의 유형이다. 엔씨소프트는 유엔세계식량계획(WEF)이 만든 '푸드포스'라는 게임을 한글화해 무료로 배포했다. '푸드포스'는 가난과 재해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구호활동을 다룬 게임이다. 게이머는 '기아지역 순찰','식량포대 만들기','기부금 모집' 등의 구호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해 아동 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등 치료 목적을 위한 게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만간 국내 회사가 만든 환경보호 게임이 유엔을 통해 세계에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NHN은 국내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유엔 기구 진출 보고회를 열고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환경 교육 기능성 게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는 "환경보호 게임이 세계인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능성 게임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