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계 제약회사인 렉산제약이 임상시험 단계 전의 차세대 항암제에 대해 수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화제다.

렉산은 세계 복제약시장 1위 업체인 이스라엘의 테바제약과 자체 개발한 차세대 항암제인 'RX-3117'의 제품화 및 상업화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RX-3117은 대장암 폐암 췌장암 난소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신약이다.

렉산은 이에 따라 테바에서 1차로 주당 시가의 120%로 총 350만달러(42억원)의 지분투자를 받는데 이어 1년 내에 추가 지분투자도 받기로 했다. 특히 테바로부터 RX-3117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날 때까지 임상시험하는 단계별로 총 수억달러의 마일스톤(성과보수)을 받고,상품화 이후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다.

RX-3117 제품의 판매권은 테바가 갖고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담당하나 한국과 중국 인도시장에서는 렉산과 테바가 공동 판매키로 했다. 테바가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신약의 라이선스를 입도선매하듯 산 것은 기존 제품에 비해 탁월한 효능 때문이다.

렉산의 창업주인 안창호 회장(58 · 사진)은 특파원들과 만나 "현재 췌장암 등의 치료용 항암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젬시타빈과 비교할 때 RX-3117의 치료효능은 2배 이상 뛰어난데 비해 독성은 5분의 1 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RX-3117이 시판될 경우 현재 18억달러 규모인 젬시타빈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렉산은 2001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있다. RX-3117 외에도 항암제인 알켁신(Archexin)과 우울증 치료제인 설댁신(Serdaxin)을 개발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렉산은 RX-3117과 같은 임상시험 전 단계인 항암 후보물질도 8개나 보유하고 개발 중이다.

안 회장은 미 FDA에서 12년간 항암제 특허심의관을 지내며 300여개의 신약 심의 경험을 쌓았다. 렉산은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