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와인 업계의 코카콜라','바로사의 남작','스크루캡 전도사'….

와인 평론가와 애호가들이 호주의 전설적인 와인 메이커 울프 블라스(75)에 붙인 수식어들이다. 자신의 75번째 생일을 맞아 출시한 기념 와인 홍보차 방한한 호주 와이너리 '울프 블라스'의 블라스 회장을 지난 18일 서울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만났다. 블라스 회장은 "세계적으로 와인이 20%가량 공급 과잉이어서 호주에서는 300만병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크기의 포도밭을 없애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렵고 공급이 수요를 웃돈다면 와인 생산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며 "특히 호주와 같은 신대륙 국가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싸구려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스 회장이 품질에 집착하는 이유는 값싼 포트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전부였던 호주에서 197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연 뒤 오늘날 '호주=쉬라즈'라는 공식을 만든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독일(옛 동독)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와인양조학을 전공한 뒤 1961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가 깜짝 놀랄 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달랑 400파운드를 손에 쥔 채 호주로 건너왔다. 블라스 회장은 "당시 호주인들은 포도 품종과 산지 등 와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며 "1973년 와인을 출시하면서 이들이 와인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라벨에 복잡한 설명 대신 옐로 컬러를 입혔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울프 블라스 옐로 라벨'은 이듬해부터 3년 연속 호주에서 가장 권위있는 '지미 왓슨 트로피'를 수상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옐로 라벨과 수상 소식으로 판매량이 늘어나자 '울프 블라스'는 그린 · 그레이 · 블랙 라벨을 연이어 출시했다. 블라스 회장은 "이후 '조니워커' 같은 위스키 브랜드들이 벤치마킹했고 최근에는 보르도 와인 업계도 컬러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3년 3000병을 생산하던 '울프 블라스'는 현재 연간 6000만병을 내놓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호주의 코카콜라'로도 불린다.

블라스 회장은 "현재 생산하는 와인의 90%에 스크루캡을 씌우는데 1~2년 내 모든 제품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스크루캡을 개발한 유래를 설명했다. "1980년 일부 화이트 와인에 실험적으로 스크루캡을 씌웠다가 상인들의 반발로 회수해 창고에 넣어뒀습니다. 이를 잊고 있다가 20년이 흐른 2000년 창고를 이전할 때 발견해 시음을 해봤어요. 보존 상태가 완벽해 깜짝 놀랐습니다. 이때부터 스크루캡을 고집하게 됐죠."

블라스 회장은 "코르크로 마감한 와인 중 5~10%는 코르크의 변질로 인해 와인을 버리게 되는데 스크루캡은 그럴 염려가 없으니 실용적"이라고 덧붙였다.

와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펀(fun)'이라고 답했다. 그는 "술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해서는 안 된다"며 "울프 블라스가 다른 호주 와인들에 비해 과일향이 유난히 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