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게시판은 요즘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으로 시끄럽다. 금감원이 1주일 전 신종플루 주식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많게는 30~40%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항의내용은 다양하다. 신종플루 테마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 4~5월부터인데 왜 이제서야 '뒷북경고를 하느냐','버블 해소는 시장에 맡겨라","4대강,LED,자전거,풍력 등 다른 테마주도 급증했는데 왜 신종플루만 문제삼느냐" 등 각양각색이다. 신종플루 관련주들이 모두 실적이 없는 이른바 '루머 주식'이 아니라고 반발하는 투자자들도 눈에 띈다.

사실 신종플루 관련 업체들의 매출은 앞으로 늘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대형마트 등에선 관련용품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지난주 D증권사의 창립 기념 음악회에선 신종플루 테마의 대장주로 꼽히는 P사의 휴대용 손살균 보습제가 고객 사은품으로 등장,큰 인기를 끌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엔 세정제 마스크 등 신종플루 관련 용품을 고객 사은품으로 마련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기대가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다. 매출 전망을 따지지 않고 신제품이 나온다더라는 식의 관측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테마주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최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개미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적 뒷받침없이 소문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어김없이 제 자리를 찾아갔던 것이 증시의 교훈이다. 하물며 기업 이익에 대한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00~300배나 되고,일부 업체들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 물량을 늘리는 상황은 굳이 금융당국의 경고가 없더라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투자 성과와 함께 리스크는 개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몫이다. 자칫 신종플루 테마주 쏠림이 '폭탄 돌리기'로 치닫지 않기를 기대한다.

문혜정 증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