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국가경쟁력의 계절이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이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2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22등에서 23등으로 내려갔고,8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랭킹에는 작년 13등에서 19등으로 내려갔다.

이보다 앞서 5월 2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랭킹은 작년 31등에서 27등으로 올라갔으니,이 세 가지 경쟁력 보고서의 한국랭킹을 단순평균하면 공교롭게도 IPS가 발표한 것과 똑같은 작년 22등,올해 23등이다. 이 랭킹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3등,수출 세계 10등보다는 한참 뒤지고,국토 면적 108등,환경보호수준 51등보다는 훨씬 위이며,1인당 국민소득 26등과 비슷하다. 그러니 국가경쟁력 랭킹은 1인당 국민소득의 대위변수인 셈이다.

위 세 기관에서 1인당 국민소득을 그대로 국가경쟁력의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고,정교한 모델과 힘든 자료 수집과정이 필요한 국가경쟁력 지수를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 결과이지만 그 숫자가 나온 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반면 국가경쟁력 지수는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 단계에 따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1단계에서는 경쟁력을 만드는 원천을 찾아내 경쟁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2단계에서는 여러가지 원천 중 약한 부분을 개선하고,강한 부분을 더욱 강화시킨다. 3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대안 중 무엇을 먼저 실천하고 무엇을 나중에 실천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세 기관의 국가경쟁력 분석자료를 보면 한국이 공통적으로 약한 부분과 강한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노조와 정부가 약한 반면,기업가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둘째,가진 것에 비해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약하다. 셋째,하드파워가 강한 반면 소프트파워가 약하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이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드러난다. 첫째,노조는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아래 포기할 것이 아니라,경영자들이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정부는 지원과 규제보다는 비전제시와 정보제공이라는 새 역할을 창조적으로 찾아야 한다. 기업가는 이익경영,매출경영에 덧붙여 투명경영,사회책임경영으로 경영의 폭을 넓혀야 한다.

둘째,기업과 정부에는 자원 그 자체보다 자원을 분배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이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포커의 하이로 게임처럼) 기업은 싼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저원가선도전략을 써서 성공할 수도 있고,독특한 제품을 비싼 값에 파는 차별화전략을 써서 성공할 수도 있다. 정부도 임금을 낮추고 기업에 독점시장을 허용해 싼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도 있고,국내 특화상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게 해서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들이 세계에 나가서 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저원가 전략을 써서 개도국과 경쟁하는 것보다 차별화전략을 써서 선진국과 경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셋째,1997년 경제위기를 맞은 후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고 경쟁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해서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하드파워를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 경영자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단기적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존립 자체를 사회적 역할에 두는 장기적 목적을 받아들이는 철학과 문화로 구성된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ㆍ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