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효과적 마케팅 수단으로 국가브랜드 위상 높일것”

반 “보지않을 권리 빼앗고 시청자 기만하는 광고행위”

지상파 TV에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와 광고업계 쪽에서는 "간접광고와 가상광고가 허용되면 침체된 방송광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며 이제 각종 방송광고 규제를 없애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청자단체 쪽에서는 "프로그램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방법 등으로 광고하는 것은 시청자 의사와 관계없이 광고를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박한다.

신문업계 쪽에서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신문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마저 도입되면 신문광고시장은 완전 붕괴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물론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허용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정부는 2000년 통합방송법 규정에 따라 공중파 TV의 중간광고를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자 이를 백지화했다.

또한 2002년 한 · 일 월드컵대회 때 시험 도입한 가상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 등에 부딪쳐 철회하고 말았다.

시청자주권 훼손, 방송사로의 광고쏠림 등을 이유로 간접광고 허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간접광고 등 신종 광고를 허용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지상파 TV의 간접 · 가상광고 허용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효과적 마케팅 수단으로 국가브랜드 위상을 크게 높일 것"

간접광고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방통융합 미디어와 양방향 디지털TV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에게 간접광고는 정보탐색과 상품주문 등의 편의성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다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간접광고는 시청자에게 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청자 주권보호 차원에서 제도화되지 못한 채 편법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간접광고는 축적된 거래자료가 없어 그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조망하는 게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체계도 없다"며 간접광고의 제도화를 통해 우리 기업이 그 효과를 적극 활용하면 국가브랜드 위상 제고에도 한몫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세대 방송산업을 육성하고 국민후생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접광고(PPL) 허용을 통한 광고재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특별한 규제를 없애는 등 세계적으로도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 반대 측, "시청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시청자를 기만하는 광고행위"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리는 싫은 것,불쾌한 것 등을 보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며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간접광고는 시청자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간접광고는 광고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상업적 메시지인 데도 시청자들은 이를 지각하지 못하고 방송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인다고 꼬집는다.

한마디로 시청자를 기만하는 광고행위라는 얘기다.

방송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통한 협찬 금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장르와 소재만이 선택될 것이며,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은 아예 제작되기조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또 "현재 TV 프로그램속 간접광고는 불법인 데도 차고 또 넘친다"며 간접광고가 합법화될 경우 제한된 시간에 맞추어 수 많은 상품을 노출시키기 위한 전략이 난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간접광고의 전면 허용은 방송 프로그램을 황폐화하고,신문산업을 적자에 허덕이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 미디어 간 공생환경 조성 때까지 신종광고 허용 늦추는 게 바람직

스포츠경기 중계 때처럼 방송사들이 영상합성 기술을 이용해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화면에 비추거나,협찬사에서 물품이나 경비를 받는 대신 프로그램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방법 등으로 광고를 하는 것은 시청자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광고를 강요하는 꼴이다.

이는 또한 시청 흐름을 끊어놓는 행위인 것은 물론이다.

방송사들이 가상 · 간접 광고를 고집하는 것은 미디어환경 급변으로 방송의 광고수입이 계속 줄고 재정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타파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시청자 불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방통위가 가상 · 간접 광고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너무 성급하고 적절하지 못한 처사다.

광고시장의 방송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 · 간접광고가 도입되면 신문산업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간 공생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이 제도의 시행을 미루는 게 바람직하며,구체적인 도입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가상광고(virtual advertising)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실제 현장에는 없는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이를 프로그램에 삽입해 상품을 광고하는 텔레비전 광고기법. 예를 들어 축구경기를 방송할 때 운동장 내 관중에게는 보이지 않지만,시청자에게는 보이는 광고를 말한다. 각종 스포츠 중계에 도입되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중간광고(commercial break)

TV 프로그램의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로,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는 지상파방송의 경우 운동경기,문화ㆍ예술행사 등의 중간에 휴식 또는 준비시간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중간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

한국경제신문 9월3일자 A2면

한국신문협회는 2일 가상 · 간접광고는 현행 방송광고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신문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12일 가상 · 간접광고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문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에 가상 · 간접광고마저 도입될 경우 신문광고 시장이 완전히 잠식돼 신문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문협회는 "가상 · 간접광고의 도입은 미디어 간 공생환경이 조성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범 언론계 차원의 새로운 논의기구를 만들어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법 등 세부 시행기준을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