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향후 10년간 재계의 기부금 1조원과 휴면예금 등 2조원을 조성해 최대 25만가구의 저소득층에 무담보 소액대출을 한다는 것이다. 사업추진 재단도 설립하고 시 · 군에까지 대출담당 법인도 세워 금융권 출신 인사나 자원자들이 봉사 차원에서 실무를 보는 식으로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한가닥 잡혔다고 볼 수 있지만 저소득 서민층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최근 한은이나 통계청의 자료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가계 부채는 증가하고 소득은 떨어지는 와중에 고용사정도 좋지 않다. 특히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들 중 23%가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는 신용평가 하위등급(7~10등급)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기 십상이고 상식을 넘어서는 고금리에 고통받다가 극단적인 일까지 빚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이처럼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받는 사각지대의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서민 중 일부라도 이를 활용해 위기를 넘기고 자활의 계기로 삼아 중산층으로 자립할 수 있다면 그보다 도움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자면 생각해볼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원의 절반을 전경련 회원사들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에서부터 아쉬움이 있다. 이런 사업은 민간자율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주도로 추진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연평균 2만~2만5000가구가 500만원가량의 대출을 받게 될 예정인데,당장 다급한 생활자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들에겐 생활비도 급하겠지만 가급적 내일을 향한 자립기반을 닦는데 사용돼야 한다. 그러자면 마이크로크레디트 이용자들이 중산층으로의 자립을 유도하는 방안이 좀더 다양하게 모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