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매주 목요일 밤 11시 15분 방송)의 웃음 코드가 되살아나고 있다.

'웃음 돌풍'의 주역 '보톡스 오빠'팀을 만나봤다.

여성들을 자지러지게 할만큼 느끼한 '보톡스 오빠' 정민규는 소개팅녀 김승혜에게 "그랬쪄요~"를 연발하고 '꺼져라'는 요구에는 '촛불처럼 후~ 불어야 꺼진다'며 아지랑이 춤을 추며 약을 올린다.

마치 보톡스를 방금 맞은 것처럼 빵빵한 두 볼과 곱슬머리가 마스코트인 정민규는 선동열+장미란+임채무+올밴+김을동을 합쳐놓은 듯한 캐릭터로 '문학청년'이라는 코너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 '비호감 캐릭터를 찾아라!'

SBS 공채 개그맨 박충수는 "'보톡스 오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가장 '느끼한' 개그맨을 찾던중 정민규만한 인물이 없었다"고 코너를 짜게된 계기를 밝혔다.

김승혜를 영입해 느끼남-소개팅녀-건달 3각 구도를 완성한후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6개월동안 검증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에 첫 출연했을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밤새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하고 새벽 6시에 귀가하는 날이 숱했지만 그간의 노고가 모두 씻겨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특히 정민규는 '보톡스 오빠' 캐릭터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여성들과의 미팅장소에서 코너속 발언을 건네 봤다.

결과는 대성공.

모든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너무도 싫어했다. 그러나 싫어하는 여성들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느끼한 비호감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중독성 매력이 있었던 것.


▶ 비명을 지르며 싫어하는 팬들이 늘어날수록 기쁜 남자들

매주 금요일 녹화현장.

한주간 밤새며 준비한 개그에 방청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늘 두근두근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윽고 무대에 오른 '보톡스 오빠'.

분위기 파악못하고 소개팅녀에게 들이대는 캐릭터에 비명을 지르며 손을 내젓는 관객들.

"야! 이거 이거 이거~"라는 박충수의 유행어는 방청객들도 모두 따라하기 시작했다.

"슬슬 제 얼굴을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어요. 사실 기억하기 쉬운 캐릭터긴 하죠."(정민규)라고 웃음짓는다.

"미니홈피 일촌 신청자 70%는 남자다"라고 밝힌 정민규는 배우 구혜선의 열혈팬이기도 하다.

팬클럽에 가입도 하고 미니홈피에 변화가 생기면 '무슨 일이 있느냐'는 쪽지까지 보낼정도.

스타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팀의 막내 김승혜는 '개콘' 곽현화에 비적할 얼짱 개그우먼으로 통한다.

모델 부럽지 않은 늘씬한 몸매에 우윳빛 피부는 가히 여성스럽기 그지없다. 심지어 노래실력까지 출중해 MBC '팔도모창 가수왕'대회 대상 수상의 경력도 있다.

이런 김승혜에 대해 남성멤버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시청자들이 여성스러운줄 착각하는데 너무 털털하고 남자같다. 심지어 잘 씻지도 않는것 같다"는 농담도 건넨다.


▶ 우리가 '개콘' 잡는다

최근 한자릿수 시청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웃찾사'는 몇몇 인기코너를 제외한 기존 코너들과 제작진, 작가진, 출연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경쟁프로그램인 '개콘'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어떨까.

'보톡스 오빠'팀의 선배인 박충수는 "솔직히 부럽죠. 내가 놀때 좀더 노력했으니까 그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지금부터 더 노력할 겁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정민규는 "'웃찾사' 개그맨 모두 똘똘 뭉쳐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니 곧 좋은 결실이 있을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그맨 박승대를 기획작가로 영입해 시청자들과 '웃음코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개그맨이 '해병대 지옥훈련'를 통해 정신력을 다잡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개그맨 출신 박승대 작가는 "11월까지 시청률이 12%대 진입하지 못하면 기획작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전포고로 배수진을 친 상태.

'웃찾사'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며 다시금 개그프로그램의 최강자로 우뚝 설수 있을지 이들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