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참석해 진행된 이벤트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은 금감원 등 금융당국 간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체결식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번 MOU는 한은과 금감원이 현재 공유하고 있는 정보를 60% 수준에서 98% 수준으로 높이고 한은이 요구하면 금감원이 바로 공동검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행사에서 이 총재와 김 원장은 윤 장관의 주재 아래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한은에선 행사를 주관한 재정부를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다. 행사의 주요 당사자는 한은과 금감원인데,왜 재정부가 나섰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도 재정부에서 작성했고 행사장에서 발언은 윤 장관만 했다. 브리핑은 실무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재정부 국장이 했다.

한은은 시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떨치지 않고 있다. 합의는 진작에 이뤄졌는데 왜 뒤늦게 행사가 기획됐는가 하는 점이다. 한은에선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되기 직전을 재정부가 최적의 타이밍으로 잡은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의 핵심이슈는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느냐 여부이다.

실제 행사가 진행되기 직전에 국민경제자문회의 내 태스크포스(TF)는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으로 한은법 개정안을 만들어 정부에 보고했다. 이는 국회 재정위 소위가 지난 4월 만든 한은법 개정안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재정부는 TF의 개정안을 17일 국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한은과 금감원이 이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검사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한 만큼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를 재정부가 이날 행사를 통해 만들어 냈다고 한은은 의심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에 대해 이날 행사는 원래 예정된 것이었으며 한은법 개정안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회가 정부에 정보공유 활성화와 한은법 개정안 등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앞의 숙제를 완료해서 행사를 한 것에 불과하단 얘기다. 오히려 정보공유 활성화 논의 단계에서 한은이 떼를 쓰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항변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든지 자기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