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1원30전으로 마감돼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이처럼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차 해소(解消)되면서 엔 · 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선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선 점이 주원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환율 하락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우선 원자재 부품 등의 수입 단가를 떨어뜨려 기업들의 비용을 줄여주고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점은 긍정적이다. 해외여행 유학자금의 부담을 덜어주고 내수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환율하락은 수출경쟁력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현대증권은 원화가치가 10원 절상될 경우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 ,현대차와 기아차는 2.6%, 6.1%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원화가치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 적자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도 흔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금값이나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세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도 그런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내년 연말쯤엔 원 · 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선을 밑돌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비한 대응태세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술개발 및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서둘러 환율 의존형 체질을 탈피하는 일이다. 수출선 다변화, 결제통화 다양화 등의 노력도 병행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이다.